미국 정부가 매그나칩반도체 매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중국 PEF가 매그나칩 인수를 추진하자 '반도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은 없는지' 살피겠다는 것이다. 매그나칩은 디스플레이의 핵심 반도체인 DDI(디스플레이구동칩)를 설계, 생산, 판매하는 업체다.
매그나칩은 경북 구미에 생산시설이 있는 반도체 업체로 미국 증시에 상장해있다. 전신이 하이닉스반도체 비메모리사업부고 본사와 생산시설이 국내에 있어 '한국기업'이란 평가가 있다. 한편 최대주주가 미국계 오크트리캐피탈펀드고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는 점에서 '미국기업'이란 주장도 있다. 매그나칩의 김영준 부회장(CEO)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매그나칩은 한국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매그나칩은 "사모투자펀드(PEF) 와이즈로드캐피탈이 주당 29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 전해지자 국내에선 '중국으로의 반도체 기술 유출' 우려가 커졌다. 와이즈로드캐피탈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 중이지만 중국 베이징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CFIUS는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미국 관계부처 합동 위원회다. 미국 기업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 기업엔 '저승사자' 역할을 한다. 2015~2016년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가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 등의 지분을 인수하려고 할 때 CFIUS는 "조사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칭화유니는 미국 내 여론이 안 좋아지자 스스로 인수를 포기했다.
CIFUS는 원칙적으로 미국기업, 좀 더 구체적으론 미국에 자산과 생산시설 등이 있는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조사한다. 매그나칩에 따르면 매그나칩의 생산시설은 모두 한국 구미 등에 있어 CIFUS의 조사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IFUS가 매그나칩에 '조사 검토 사실을 주주들에게 알리라'고 통보한 건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의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매그나칩 인수를 추진하는 PEF인 오크트리캐피털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 중이지만 중국 베이징에 본사가 있는 '중국계'란 점에서 미국이 실력행사에 나섰다는 평가가 있다
매그나칩은 "원칙적으로 매각 건은 CIFUS의 조사 대상이 아니지만, 미국 정부기관의 협조 요청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나타냈다.
매그나칩은 정부 조사 등에 대해선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다만 OLED DDI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여부와 관련해선 '핵심기술이 아니다'란 뜻을 나타내고 있다. 매그나칩의 김 부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OLED DDI 고객사는 매그나칩에 OLED 패널 제조 기술을 오픈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김 부회장은 “인수 측에서 현재 경영진을 유지하고 임직원과 생산시설, 지식재산권(IP) 등을 한국에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기술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매그나칩의 매각 관련 주주총회는 다음달 15일 열린다. 이 주총에서 매각 안건이 통과되고 각 국 정부가 매그나칩 매각을 승인하면, 연말까진 와이즈로드캐피털의 매그나칩 인수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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