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4일만 공장 돌려라"…전력난 닥친 中 남부 '초비상'

입력 2021-05-31 15:03   수정 2021-06-06 00:04


이상 고온과 가뭄이 겹친 중국 남부에서 전력난이 심화되자 공장 가동 자제령이 떨어지고 있다. 일부 도시에선 '일주일에 4일만 가동하라'는 지령까지 내려졌다.

31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의 성도 광저우와 주하이, 둥관 등 17개 공업도시에 지난 17일부터 전력 소비 제한 조치가 발령됐다. 광둥성은 중국 31개 성·시 가운데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큰 대표 공업지대다.

광둥성정부는 대상 지역 기업들에 별도의 지령이 없는 한 올해 말까지 오후 피크타임에 공장 가동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라고 통보했다. 휴대폰부터 기저귀까지 각종 공장 수천 개가 밀집해 있는 둥관에선 공장을 1주일에 4일만 돌리고 3일은 닫으라는 지침까지 내려졌다. 이 지역의 한 PC 조립업체는 "최근 주 3회 전력 공급이 끊길 것이라는 통보를 받아 서둘러 발전기를 설치했다"고 전했다.

광시좡족자치구(옛 광시성)와 윈난성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발령하고 있다. 광시구에선 최근 1주일 동안 최대 전력 공급량을 11% 웃도는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광시구정부는 이에 따라 기업들에 대한 전력 분배 계획을 새로 수립했다. 윈난성은 지난 10일부터 전기를 많이 쓰는 알루미늄공장 등에 생산을 줄이라고 지시했다.

이같은 전력난은 중국의 경기 회복에 따른 공장 가동률 상승에 5월 이상 고온에 따른 에어컨 사용 증가, 1~4월 가뭄으로 인한 수력발전량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광둥성의 5월 전력 소비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늘어난 1억3300㎾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수력발전소가 몰려있는 진사강의 유량은 작년보다 20% 이상 줄었다.

원자재값 동반 상승으로 석탄 가격까지 올라 화력 발전소를 추가로 가동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내 발전용 석탄의 가격은 1000위안(약 17만5000원) 안팎으로 최근 두 달 동안 60%가까이 급등했다. 이 가격이면 화력발전소들이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재고를 쌓아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력난 때문에 중국 제조업 경기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는 51.0으로 시장 예상치인 51.1을 소폭 밑돌았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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