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라서 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1998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이었던 오클랜드 프로야구팀 ‘애슬레틱스’는 새로운 단장(빌리 빈)이 부임하면서 20연승이라는 기적을 보여줬다. 빈 단장의 비결은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라고 불리는 데이터 야구의 도입이었다.
데이터의 힘을 적용한 혁신 움직임은 산업기술 연구개발(R&D)에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데이터 테크놀로지를 국가 R&D 지원 프로세스에 적극 적용하고 있다. 이른바 ‘데이터 R&D 시대’를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R&D 예산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최고의 효율을 거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R&D는 지원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신규 관리지표를 개발해 한정된 정부 R&D 예산의 지원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R&D 기업의 기술력 확보에만 집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과제를 선정하고 성과를 높이는 데 주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과제 평가위원 선정 방식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평가위원의 전문성 측정지표’를 활용해 평가대상 기술과 평가자 간의 적합도를 알아낸다. 즉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과제 이해도가 높고, 기술경쟁력에 대한 안목을 가진 평가위원이 선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 산업기술분류표에 의한 평가위원 매칭뿐 아니라 특허, 논문, R&D 수행과제 등 평가위원의 연구 실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방법론도 고도화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평가대상 과제별 최적의 평가위원 선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평가위원의 공정성 측정지표’를 통해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 인적 네트워크가 어떠한지를 분석해 줌으로써 혈연, 학연 등으로 얽힌 이해관계자들을 평가위원회에서 배제하는 공정한 평가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과제 성과와 연계한 평가위원 이력 관리를 통해 평가위원별 선정 과제의 기술개발 결과와 사업화 여부까지 분석한다. 진정한 과제 선정 슬러거(강타자)를 찾으려는 노력이다.
고도화된 데이터 R&D를 위해서는 평가위원뿐 아니라 산업기술, 수행 기관, 참여 연구원 등 데이터로 분석해야 할 대상이 방대하다. 이 때문에 산업 데이터 전문가 확보, R&D 빅데이터 큐레이션(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 정보 제공)센터 설립 등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성과를 이끌어낸 데이터 야구도 도입 초기에는 호평받지 못했다. 당시만 해도 경험과 직관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데이터 야구는 현대 야구를 대변하고 있다. 우리의 데이터 R&D는 이제 시작이다. 산업기술 R&D 관계자 모두가 데이터 R&D를 믿고 응원해 준다면 지원 성과가 더 빨리,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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