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원자재 가격이 치솟자 이를 판매 제품에 전가한 기업과 그러지 못한 기업의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상승한 원자재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를 키워 실적을 호전시킨 기업이 있는 반면, 생산원가만 높아져 실적이 크게 악화된 기업도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 시기에는 원가 전가가 용이한 기업과 원자재 구매부터 생산, 유통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한 기업, 원자재가 쌀 때 재고를 많이 쌓아둘 여력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엇갈린 CJ제일제당-농심 주가
같은 식품업종에서도 원자재 가격 전가 여부에 따라 주가가 뚜렷이 엇갈리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웃은 기업은 CJ제일제당이다. 최근 소맥·쌀값 등이 급등하면서 햇반 가격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컵밥 20여 종 가격은 300원씩 올렸다. 이는 1분기 호실적으로 연결됐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6조1781억원, 영업이익은 39.6% 증가한 385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원가율은 77.4%로 전년 동기(79.4%) 대비 2.0%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반영한 주가도 상승세다. 31일 CJ제일제당은 3.39% 오른 48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초 38만4500원에서 27.0% 상승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국내 식음료 업체 중 가격 전가력이 가장 강한 회사”라며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을 아미노산, 사료, 가공식품 등 전 사업부 제품의 판가 인상으로 전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치솟는 소맥 가격을 제품값에 반영하지 못해 울상인 식음료 업체도 있다. 농심이 대표적이다. 라면의 주원료인 소맥 선물 가격(미 시카고상품거래소 기준)은 1년 새 약 29%, 팜유 선물 가격은 81.3% 올랐지만 농심은 2016년 이후 라면 가격을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농심 1분기 영업이익은 283억원으로 전년 대비 55.5% 감소했다. 이날 농심은 30만1500원에 마감했다. 1년 전(31만9000원)과 비교하면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가격 인상 쉬운 기업 찾아라”
‘원자재값 상승→제품값 전가→실적 개선→주가 상승’의 사이클을 탄 대표 기업 중 하나는 풍산이다. 각국의 경기부양책 영향에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수요까지 겹치면서 구리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지난 28일 구리 현물 가격은 t당 1만159.5달러로, 1년 전(5332.5달러)보다 90.5% 올랐다. 구리와 전기동 가격이 상승하면 매출도 함께 오르는 구조인 풍산은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풍산은 이날 1년 전(1만9800원) 대비 103.0% 오른 4만200원에 마감했다.
매번 원자재 가격 전가에 실패하면서 실적 악화를 되풀이하는 대표적 기업은 한국전력이다. 올해도 전력용 연료탄이 20% 가까이 올랐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 키움증권과 삼성증권은 한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hold)으로 하향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