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양심·개인적 신념' 이유 병역거부자 잇따른 '무죄'

입력 2021-05-31 20:13   수정 2021-05-31 20:15


종교적 양심과 개인적 신념 등의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20~30대 남성에게 잇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남신향 판사)는 최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3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2월 '2018년 4월23일 공군 교육사령부에 입영하라'는 현역병입영통지서를 전달받고도 입영하지 않았다. 어떠한 이유로도 다른 사람을 해칠 수 없다는 신념과 효율적인 살상을 위한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병역이 배치된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해 6월 헌법재판소는 병역법 제5조 1항이 대체복무 제도를 규정하지 않아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9년 12월 대체복무제가 입법됨에 따라 대체역법은 지난해 1월 시행됐다.

이와 관련 A씨는 지난해 7월 대체역 편입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해 올해 1월 편입 신청 인용 결정을 받았고, 이는 종교적 사유가 아닌 개인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로서는 처음이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대체역 편입 결정을 받거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입영통지를 받고도 거부한 것은 병역법 위반이라고 보고 지난해 9월 A씨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법령을 소급해서 적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법치주의 원리에 반해 인정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개정 전 법령에 위헌 요소가 있어 이를 해소하려 법령이 개정되는 등 특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 소급적용이 허용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A씨의 입영은 연기됐다.

2년간 '여호와의 증인' 종교 활동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뒤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대를 거부한 병역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도 최근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이원중 부장판사)은 지난 20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B씨(27)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2019년 10월 현역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측은 B씨가 △2017년부터 약 2년간 일시적으로 종교활동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점 △평소 전쟁 게임을 즐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 △2014년부터 대학진학·시험 응시 등의 사유로 벙역을 연기한 점 등을 들어 "B씨의 병역 기피는 양심적 병역 거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춰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병역거부자인 B씨가 제출한 구체적 소명자료에 드러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된 경위와 활동, 입영을 기피한 경위 등을 비춰봤을 때 B씨의 병역거부는 진정한 양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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