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전기료…집에서 비트코인 채굴하는 아르헨티나

입력 2021-06-01 17:09   수정 2021-06-09 16:39

아르헨티나가 암호화폐 채굴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료가 저렴해 가정집에서도 비트코인 채굴에 뛰어들면서다. 오랜 기간 이어진 인플레이션으로 페소화 가치가 폭락한 데다 달러 환전을 제한하는 통화정책도 암호화폐 채굴을 부추기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비트코인 채굴기업 비트팜스는 올 4월 아르헨티나 채굴 시설을 통해 8년간 210㎿의 전기를 공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업체는 향후 4년간 ㎾h당 0.022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지역 평균인 0.06달러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제프리 모피 비트팜스 대표는 “전기발전소가 초과 공급된 지역을 찾고 있었다”며 “아르헨티나는 경제활동이 위축된 데다 전력이 완전히 사용되지 않아 ‘윈윈’이었다”고 말했다.

값싼 전기료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꾸준히 늘고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민심을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히는 ‘페론주의’를 계승하고 있다. 주택용 전기료에 보조금 혜택을 주는 정부 방침으로 아르헨티나의 소득 대비 소비자 전기료는 2% 수준에 불과하다. 주변 국가인 페루(3%), 칠레(3.5%), 브라질(4%), 콜롬비아(4.5%) 등과 비교해도 저렴한 수준이다. 정부 지원금이 암호화폐 채굴 원료값 부담을 낮추는 데 활용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외환거래를 제한한 아르헨티나 정부의 통화정책도 암호화폐 선호 현상을 부채질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개인이 매달 200달러까지만 환전할 수 있다. 시장 기능을 막은 통화정책과 수년간 50%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이 맞물려 페소화 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페소화 가치는 공식 가치보다 70% 낮다는 게 현지인들의 평가다.

아르헨티나에서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받으면서 암호화폐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비트코인의 실거래가는 590만페소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공식 거래가인 340만페소의 1.7배에 이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암호화폐를 채굴한 경험이 있는 니콜라스 부르봉은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전기료를 내고도 가정용 비트코인 채굴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아르헨티나의 암호화폐 채굴 붐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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