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개발한 첫 국산 인공지능(AI)용 반도체가 NHN의 AI 사업에 투입된다. AI 반도체 시장의 외국산 의존도를 줄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반도체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이 상호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1일 밝혔다.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공급 기업으로는 SK텔레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참여했다. AI 반도체가 필요한 수요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더존비즈온, 카카오엔터프라이즈, NHN, KT,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 등이 함께했다.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계산해야 하는 AI 딥러닝 등에는 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하다. 하지만 AI용 반도체는 미국 엔비디아 등 외국 업체에 사실상 100% 의존하고 있다. AI 분석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늘릴수록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AI 반도체 가격이 폭등해도 대처할 방법이 없는 구조다. 서버용 AI 반도체 시장은 세계 시장 규모가 작년 35억2000만달러에서 2030년 346억7000만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AI 반도체로 SK텔레콤이 작년 11월 개발한 ‘사피온(SAPEON)X220’이 있긴 하다. 하지만 SK그룹 내부적으로 성능 시험만 해오던 터였다. 과기정통부가 “국산 AI 반도체 활용을 늘리자”며 수요·공급 기업 간 연계에 나선 이유다.
이날 MOU를 계기로 NHN은 자사 AI 사업에 사피온을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기술 실증을 통해 성능과 안정성이 확인되면 본격적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ETRI가 개발한 AI 반도체 ‘AB9’은 SQI소프트, 소리패스 등 중소기업이 써보기로 했다. SQI소프트는 홈·오피스 보안 서비스, 소리패스는 위급상황 인지 서비스 등을 위한 AI 작업에 AB9을 활용한다. 과기정통부는 AI 반도체 실증지원 사업에 예산 27억5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ETRI 외에 퓨리오사AI, 리벨리온도 자체 기술로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올 하반기 시제품 개발을 완료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개발이 끝나는 대로 AI 반도체가 필요한 기업을 연계해 실증 시험을 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심해지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한국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뉴딜의 핵심 인프라인 AI 반도체 분야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게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업무협약에 이어 2020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 경진대회 시상식을 열었다. 우수팀 10곳에 상을 수여했다. 대상은 제공된 설계환경의 처리속도(프레임당 약 30분)보다 약 2만6671배 빠른 성능(프레임당 67.3ms)의 AI 반도체를 개발한 ‘AI적 거리두기’ 팀(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전다영·고영훈·김수동)이 수상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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