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4대 그룹을 초청한 것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44조원의 대미 투자를 결정한 데 대한 격려 차원이라고 한다. 4대 그룹의 대미 투자는 한·미 동맹을 글로벌 안보·경제·기술 동맹으로 발전시킨 밑거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리 기업인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생큐”를 연발한 만큼 문 대통령도 투자 주역들을 불러 격려하는 것은 기업의 기(氣)를 살린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모처럼 마련된 자리인 만큼 생산적인 만남이 됐으면 한다.
기업인들은 현장의 애로와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대통령은 듣는 데만 그치지 말고 정책에 최대한 반영토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기업인들과의 호프미팅에서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고 했다. 대·중소·벤처기업인과 소상공인을 만나 현장 애로 사항을 듣고 해소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 3월 31일엔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참모들에게 “기업인들을 활발히 만나 대화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도 입만 열면 기업 지원을 외쳤다.
그러나 임기 4년이 지난 지금 기업의 목소리가 얼마나 정책에 반영됐는지 돌아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한다. 규제 완화는 말뿐이었고, 기업을 점점 더 옥죄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노동 관련법 등 국회 처리 과정에서 기업인들의 호소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계는 최저임금 급등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 어려운 현실을 여당에 숱하게 설명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단체들의 기업규제 3법 등에 대한 보완입법 건의안에도 여당은 요지부동이다.
이번 4대 그룹과의 간담회도 서로 듣기 좋은 덕담만 나누는 데 그친다면 하나 마나다. 사실 기업인들이 대통령 앞에서 애로 사항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이 직접 기업인들에게 “쓴소리를 한 번 해보라”고 주문하는 것은 어떤가. 현장의 솔직한 목소리를 듣고, 정책 반영으로 이어진다면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는 발언이 진정성 있게 다가올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