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부흥을 꾀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대만 TSMC와의 전방위적인 협업에 나섰다. 일본 반도체산업의 약점으로 꼽히는 첨단 반도체 생산 역량을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긴장 상태다. 경쟁자들의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에 더해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와 미래 먹을거리로 육성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모두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1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TSMC가 일본 이바라키현 쓰쿠바에 반도체 연구개발(R&D) 거점을 조성한다”고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경산성은 총 사업비 370억엔(약 3750억원) 중 190억엔(약 2000억원)을 보조금 형태로 TSMC에 지급한다.
TSMC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R&D에 들어갈 계획이다. R&D는 반도체를 전자기기에 탑재 가능한 상태로 가공하는 ‘패키징’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기업들은 선폭(반도체 회로의 폭)을 좁혀 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동시에 여러 기능을 가진 반도체를 조합해 최고의 성능을 뽑아내는 패키징 기술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히타치 하이테크, 아사히카세이 등 일본 반도체 기업 20여 곳도 TSMC와 협업할 예정이다.
TSMC의 일본 진출은 ‘반도체 부흥’을 내건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러브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올 들어 반도체·디지털 인프라 등에 관한 산업정책을 입안하는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검토 회의’를 가동하고 있다. 목표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약점으로 꼽히는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생산’ 관련 역량 강화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낸드플래시 생산과 관련해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파운드리와 후공정 등 반도체 생산과 관련해선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일본과 TSMC의 협업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소니를 앞세워 TSMC의 파운드리 공장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소니는 전자기기에서 사람의 눈 역할을 하는 반도체인 이미지센서 세계 1위(2020년 기준 점유율 47.6%) 업체다. 생산 물량의 상당수를 TSMC에 맡긴다.
일본과 대만 반도체업체의 견제를 받는 삼성전자는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 먹을거리로 꼽히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지난 1분기 점유율은 17%로 전 분기 대비 1%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2월 미국 오스틴 공장의 가동 중단 영향이다. 세계 1위 TSMC와의 격차는 작년 4분기 36%포인트에서 지난 1분기 38%포인트로 벌어졌다.
D램, 낸드플래시 등 주력 사업에선 ‘장기호황’ 전망이 한풀 꺾인 모습이다. 전자업체들이 DDI(디스플레이구동칩), MCU(마이크로컨트롤러) 등 시스템반도체 품귀로 제품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영향이 크다. 업계에선 ‘메모리반도체 수요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황정수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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