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20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한다. 이 과정에서 2조원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누적 적자폭이 상당한 데다 유통업계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몸값이 ‘뻥튀기’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기존 주주들 위주로 투자가 이뤄져 업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최근 다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2200~2300억원 수준의 투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초 투자 라운드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성격의 이번 투자에서는 신규 투자자 확보 없이 DST글로벌, 세콰이어캐피탈, 아스펙스캐피탈 등 기존 주주가 대거 팔로온(후속 투자)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가 마무리되면 컬리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컬리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2조~2조4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4월 2000억원을 투자받을 때 몸값이 약 9000억~1조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에 몸값이 최소 두 배 넘게 뛴 셈이다. 지난해 매출(9530억원) 기준 주가매출비율(PSR) 2~3배, 연간 거래액인 GMV(약 1조2000억원) 기준 1.5~2배 정도의 배수를 적용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 김슬아 대표가 설립한 컬리는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해주는 ‘샛별배송’ 시스템을 필두로 성장해왔다. 설립 초기인 2015년 29억원이었던 매출은 불과 5년 만에 300배 넘게 성장했다. 누적 회원수는 800만명에 달한다. 사업 초창기부터 한국투자파트너스, LB인베스트먼트, DSC인베스트먼트 등 성장성을 눈여겨 본 다수의 벤처캐피털(VC)이 앞다퉈 베팅했다. 덩치가 커진 뒤에는 사모펀드(PEF)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다만 ‘제 2의 쿠팡’을 노리는 컬리를 바라보는 시선에 장밋빛만이 가득한 것은 아니다. 해마다 적자 폭이 커지고 있어 몸값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116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1013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손실이 늘어났다. 설립 이후 누적 적자는 2700억원에 달한다. 쿠팡 역시 지난해 55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2019년(7205억원)보다는 줄어든 수치였다.
쿠팡에 비해 취급하는 품목이 한정적이라는 점도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품목을 바탕으로 종합 e커머스(전자 상거래) 업체로 나아가고 있는 쿠팡과는 달리 컬리는 취급 품목이 신선식품에 치중돼 있다. 쿠팡의 GMV는 24조원 수준으로 컬리의 20배에 육박한다. 컬리는 취급품목에서 점차 비식품 비중을 늘리는 한편 CJ대한통운과 제휴를 맺고 샛별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영토 확장에 신경쓰는 모습이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쓱(SSG)닷컴과 같은 유통 ‘공룡’이 컬리의 영역에 뛰어들어 경쟁도 치열해졌다.
IB 업계 일각에서는 IPO를 앞둔 컬리가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투자를 유치했다고 보고 있다. 컬리는 지난 3월 상장 주관사단으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간 등 외국계 증권사를 낙점하며 미국 증시 상장 계획을 밝혔다. 다만 최근에는 코스닥 등 국내 증시 상장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기존 주주들을 상대로 추가 투자를 받아 몸값을 높였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 입장에서는 수 조원에 달하는 몸값을 IPO 과정에서 곧바로 얻어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리 최대한 밸류를 끌어오자는 생각이 강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향후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몸값을 최대한 띄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 라운드는 기존 주주들을 위한 하나의 잘 ‘짜여진 판’ 같은 느낌이 든다”며 “이번에 조금 비싼 가격에 투자하더라도 차후 IPO를 통해 ‘잭팟’을 노릴 수 있다는 생각에 대거 후속 투자를 단행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우/차준호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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