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연기관 vs 연료전지'
한때 액체 수소를 내연기관에서 직접 태워 동력을 발생시켰던 BMW가 기체 상태로 수소를 저장해 산소와 반응시키는 수소연료전지차를 본격 개발, 2023년부터 상용화에 나서기로 했다.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최고경영자는 수소연료전지로 구동되는 첫 제품으로 X5를 지목하며 수소 모빌리티 시대의 동참을 선언했다. 내연기관 직접 연소보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적 반응으로 전기동력을 얻는 연료전지로 방향을 전환한 셈이다.
반면 같은 독일 기업인 포르쉐는 수소 기반의 액체 합성 석유를 내연기관에 직접 태우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흔히 인공 석유(Blue Crude), 또는 e-퓨얼로 불리는 수소 합성연료를 주목했는데 2015년 아우디가 A8에 인공 석유를 시범 적용해 운행한 결과 친환경성을 확인했고 상용화 가능성을 위해 에너지기업과 손잡고 인공 석유 생산까지 경험한 만큼 합성 수소 합성 연료는 오래전부터 전통 석유의 대체 연료로 주목받아 왔다. 한 마디로 수소 에너지 활용에 있어 기체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킬 것이냐, 아니면 수소 기반의 액체 연료를 휘발유처럼 엔진 내에서 태울 것이냐의 차이다.
두 기업의 이 같은 시각 차이는 수소 인프라에서 기인한다. BMW는 아직 수소 공급 인프라가 충분치 않지만 배출가스 규제가 엄격해지는 과정에서 수소 인프라가 늘어날 수 있어 기체를 반응시키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는 반면 아우디와 포르쉐 등은 동력발생장치로 전통적 개념의 엔진 활용이 가능한 인공 석유의 가격만 떨어진다면 오히려 합성 연료로 갈아타는 게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포르쉐는 현재 인공 석유 생산 가격이 ℓ당 10달러에서 2026년에는 2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는데 수소 가격을 낮추기 위해 풍력 수소 생산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BMW의 수소전기 기술 파트너인 일본 토요타는 아예 후지산 기슭에 수소 및 태양광 도시인 '우븐 시티(Woven City)' 구축이 한창이다. 우븐 시티에 참여하는 수소에너지기업 에네오스(ENEOS)가 도시 인근에 수소 충전소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생산은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이동 수단 및 도시 전체 에너지로 활용되고 토요타는 초기 360명의 거주자로 시작해 2,000명까지 주민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AI, 스마트 모빌리티, 로봇 등 토요타의 미래 신기술을 실험하고 집약시키는 도시로 육성한다. 한 마디로 토요타의 미래 실험 도시가 탄생하는 셈인데 수소 에너지 전환을 노리는 토요타의 장기 미래 전략의 일환이다.
그런데 중국도 수소 사회를 대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중국 최대 석유 기업 시노펙이 최근 장성자동차와 수소에너지 기술개발 협력을 맺었다. 양사는 수소 부문 핵심 기술 및 장비의 독자적 개발에 매진해 고품질 수소를 생산키로 했다. 여기서 '고품질'이란 수소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를 의미하며 이를 기반으로 시노펙은 2025년까지 중국 내에 수소 충전소 1,000곳을 설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외 EV 충전 및 배터리 교체소 5,000곳, 태양광 충전소 7,000곳도 건립할 예정이다. 아시아 최대 정유기업이자 매년 350만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중국 최대 수소 생산기업의 장점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지금은 배터리 전기차로 모빌리티 동력원을 바꾸는 중이지만 결국 중국도 수소로 탈바꿈하는 국가의 장기 미래 전략은 이미 세워진 형국이다.
물론 한국도 뒤지지 않는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수소사회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자 주요 대기업들이 수소의 생산, 저장, 유통에 뛰어들겠다고 앞다퉈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내연기관 중심의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한 탓에 이를 전환하는 게 쉽지 않다. 그나마 수소전기차의 활발한 보급은 위안이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자면 다양한 수소 이동 수단의 등장이 필연적인데 아쉽게도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나머지 자동차기업들의 수소차 개발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소 플러스(+) 1000' 프로젝트를 통해 2040년까지 1,000개의 수소전문기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특히 5대(모빌리티, 연료전지, 충전소, 액화수소, 수전해) 수소산업 관련 소재, 부품, 장비 분야에 매년 300억원 규모의 R&D를 집중 지원하고, 해외기업과의 공동 R&D도 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소를 향한 집념이 읽히는 대목이지만 수소 사회가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수소 모빌리티 확산이 우선이고, 이를 위해선 수소 파워트레인이 다양한 이동 수단에 확산 적용돼야 한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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