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최근 지지부진한 장세에서 주식을 운용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처럼 말했다. 개미(개인투자자)들뿐만 아니라 투자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도 쉽지 않은 시장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국내외 증시가 박스권에서 횡보하면서 일부 자산운용사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39개 자산운용사 가운데 5곳이 올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전체 운용사의 평균 수익률이 7.50%인데 평균을 밑도는 곳도 약 60%(23곳)에 달했다.
가장 낮은 수익을 낸 곳은 멀티에셋자산운용이다. 멀티에셋자산운용은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인수 당시 KDB자산운용을 함께 인수해 지금의 이름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 회사의 올해 수익률은 -17.20%다. 대표 펀드인 멀티에셋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가 부진한 탓이다. 친환경 관련주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로 올해 2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을 만큼 연초부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수익률은 기대 이하다. 펀드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인 미국 수소연료전지 업체 플러그파워 주가는 올 1월 말 73.18달러까지 급등했다가 현재 30달러대까지 추락한 상태다. 두 번째로 편입 비중이 높은 미국 태양광 업체 인페이즈에너지 역시 연초 이후 주가가 20% 가까이 빠졌다. 알파자산운용(-16.91%)은 알파글로벌신재생에너지가 부진하면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바이든 효과’를 기대했던 친환경 관련주들이 금리 인상 등 우려 탓에 전반적으로 맥을 못 추고 있다. 알파자산운용과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각각 127.73%, 54.35%의 수익을 내며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1, 2위를 차지했다. 최상위권에 있던 운용사들이 1년 새 180도 순위가 뒤바뀐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때 최고 수익률을 냈다는 것은 그만큼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라며 “펀드 종류와 가입 시점을 정할 때 1등 펀드를 피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우리(-3.54%) 트러스톤(-1.58%) NH아문디(-0.73%) 등이 연초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전체 운용사(47곳)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8.75%다. 평균 수익률을 밑도는 곳은 총 8개 운용사로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설정액 기준 국내 상위 3개사가 모두 포함돼 있다. DB자산운용이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5.12%)을 기록했다. 작년 수익률 기준 중위권(24위)에 포진해 있던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올해 25.94%의 수익을 올리며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잇고 있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15.54%) 베어링자산운용(15.18%) 등도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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