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 신청 봇물에…아마존 "차라리 집단소송 하라"

입력 2021-06-02 17:09   수정 2021-06-03 01:27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소비자의 소송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을 약관에 반영했다. 아마존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알렉사를 탑재한 기기 에코와 관련된 소비자의 중재 신청이 급증하자 차라리 수많은 중재 사건을 하나의 집단소송 형태로 유도해 대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고객이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을 담아 최근 약관을 변경했다. 그동안 아마존은 약관에 소비자의 중재 신청 권한에 대해서만 언급해왔다. WSJ는 아마존의 약관 변경에 대해 “에코 관련 중재 신청만 7만5000건이 쇄도하자 아마존이 ‘차라리 소송하라’고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코가 사용자의 승인 없이 음성을 녹음해 저장했다는 보도가 2019년 나오자 미 전역의 소비자가 중재 신청을 했다.

중재는 당사자가 법원을 거치지 않고 중재인 등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제도다. 그동안 미 기업은 소비자의 집단소송 제기를 피하기 위해 중재를 유도해왔다. 소액의 합의금을 주고 끝내는 편이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일부 로펌이 중재 시장에 뛰어들어 소비자를 대거 모으며 ‘판’을 키우자 상황이 바뀌었다. 수만 건에 개별 대응하려면 비용이 집단소송 이상으로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은 일부 소비자가 전체를 대신해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이다. 집단소송에서 기업이 패소할 경우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할 책임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은 집단소송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 왔다. 아마존만 해도 에코 사건 초기에는 중재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막상 신청이 밀려들자 태도를 바꿨다고 WSJ는 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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