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 대형 유통업체의 정기 임원회의에서 케이스스터디 사례로 낯선 외식 브랜드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1인 샤부샤부 브랜드인 강호연파.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개점과 함께 지하 1층에 입점한 이 브랜드는 특별할 것 없는 샤부샤부 전문점이다. 33㎡ 남짓한 소규모 매장에서 샤부샤부와 편백찜, 돈가스 등 평범한 메뉴를 판다. 그런데도 전국의 내로라하는 맛집을 다 모아놓은 더현대서울 지하 1층 푸드코트에서 단위면적당 매출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대박’이 났다. 경쟁 업체들이 신생 브랜드의 성공 비결 분석에 들어간 이유다.
밥굽남을 ‘모셔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현대백화점 F&B 바이어와 이경원 FG 대표는 강원 홍천에 사는 밥굽남을 다섯 번이나 찾아간 끝에 설득했다. 외식사업에 관심이 없던 밥굽남도 진정성 담긴 제안에 마음을 돌렸다. 강호연파라는 브랜드가 나오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초반엔 잘될까 하는 우려가 앞섰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유튜브에 친숙한 MZ세대 사이에서 밥굽남이 참여한 외식 브랜드가 더현대서울에 문을 연다는 소문이 나면서 강호연파에는 개점 첫날부터 구름 인파가 몰렸다. 월평균 매출은 개점 3개월여 만에 1억원을 넘어섰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추가 입점을 요청하는 러브콜도 빗발치고있다. 현대백화점과 FG는 밥굽남과 함께 산적통닭이라는 새로운 외식 브랜드도 이달 선보일 예정이다.
유명 맛집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백화점의 새로운 활로 찾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전국 맛집들이 백화점에 입점하기 위해 목을 맸다. 서울의 주요 백화점에 들어가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고 브랜드를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백화점의 모객 능력이 떨어지면서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서도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 홍보를 목적으로 굳이 백화점에 들어갈 유인이 사라졌다. 백화점의 수수료 체계와 까다로운 입점 조건 등도 유명 맛집들이 등을 돌린 이유로 꼽힌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입점은 초기 투자비용은 적지만 매출의 일부를 계속 수수료로 내야 하는 구조라 이미 로드숍 등에서 자리를 잡은 맛집들에는 달갑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화점에 종속돼 하나부터 열까지 계속 관리받아야 한다는 점도 자유로운 외식업계와 맞지 않아 최근엔 유명 맛집들이 백화점 입점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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