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부권 최대 재정비촉진지구인 신길뉴타운 내 남서울아파트(신길10구역)의 재건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영등포구 신길동 3590 일대에 있는 이 아파트는 신길뉴타운의 유일한 민간 재건축 단지다. 2018년 신탁사를 통한 재건축으로 전환하면서 사업 진행이 빨라지고 있다.
재건축 빨라지자 가격도 ‘껑충’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남서울아파트는 지난달 31일 영등포구로부터 재건축 추진의 가장 중요한 절차 중 하나인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2018년 1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3년4개월 만이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관리처분인가를 목표로 감정평가업체 선정 등 다음 단계를 밟을 예정이다.3만2123㎡ 부지에 총 518가구 규모로 지어진 남서울아파트는 1974년 입주해 올해 47년차를 맞이했다. 1981년 입주해 공공재건축이 진행 중인 건너편 신미아파트(신길13구역)와 함께 신길동에 아직 남아 있는 노후 아파트다. 재건축이 절차대로 이뤄지면 남서울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29층, 8개 동, 총 812가구의 중형 단지로 탈바꿈한다.
재건축의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소식에 매매가격이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면적 49㎡는 조합설립인가 직전인 2018년 1월 3억9700만원에서 올 4월 12일 9억8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3년 만에 6억원가량 올랐다. 지난 4월 1일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위한 주민공람을 시작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매물은 줄고 있다. 주민공람 전 7~8건이던 매물 수는 현재 1건으로 크게 줄었다. 주민 대부분이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여서 매매가에 유독 민감하다고 인근 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았다. 신길동 M중개업소 대표는 “사업시행인가 소식에 매수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매물이 없어 소개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까지 매매가는 더 오르거나 최소한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신탁 재건축 효과 보나
남서울아파트는 신길뉴타운 16개 구역 중 공공재개발을 진행 중인 1구역과 공공재건축 단지인 13구역,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을 하고 있는 2·4·15구역 등 5개 구역과 달리 뉴타운 내 유일한 민간 재건축으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남서울아파트는 우여곡절 끝에 신탁사 단독 시행 방식을 선택했다. 2004년 재건축 가능 연한(30년)을 넘기자마자 단지 주민을 중심으로 재건축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하지만 단독주택과 상가 등의 반대로 동의서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12년 동안 재건축이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2016년 영등포구로부터 정밀안전진단 E등급을 받으면서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재건축 확정 E등급은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될 정도로 건축 상태가 가장 불량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영등포구는 남서울아파트 재건축을 빨리 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2018년 1월 단독으로 뛰어든 한국토지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했고, 3개월 뒤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138가구로 예정된 남서울아파트의 일반공급 분양가는 인근 단지보다 높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남서울아파트의 예상 분양가는 전용 59㎡가 6억원(3.3㎡당 2400만원)으로, 2019년 12월 분양한 더샵파크프레스티지 전용 59㎡ 5억5800만원(3.3㎡당 2232만원), 2017년 11월 분양한 힐스테이트클래시안 전용 59㎡ 5억7480만원(3.3㎡당 2299만원)보다 약간 높다.
역세권 입지라는 장점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 단지는 서울지하철 7호선 신풍역 5·6번 출구 바로 앞에 자리잡아 신길뉴타운 중 노른자 땅으로 불린다. 2024년 준공하는 신안산선도 신풍역을 정차하게 돼 더블 역세권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길동 T중개업소 관계자는 “교통 여건이 워낙 좋다 보니 남서울아파트를 노리는 실수요자가 많다”며 “조합원 분담금이 주택형에 따라 2억~4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올라가면서 가격도 이에 맞춰 인상될 조짐”이라고 전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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