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본을 중심으로 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가 약 세 달 동안 벌인 수사라며 내놓은 결과는 실망스럽다. 아직은 중간결과라고는 하지만 15개 지방 경찰청과 국세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전문인력 1560명을 동원한 결과가 2800명 수사에 구속 20명, 총 추징금은 1000억원도 안 된다. 수도권 신도시와 세종시 건설 등을 둘러싼 공공 부문의 미공개 업무 정보를 악용한 투기가 이 정도뿐이라면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이로써 의혹이 정리됐다고 정부 스스로는 믿는지 되묻고 싶다.
수사의 중간 발표라는 게 이전에 흔했듯이 초대형 사건에서 정부의 ‘출구전술’이어선 안 된다. 마치 엄정한 수사나 입체적 조사가 계속될 것처럼 호도하면서 정부는 대충 발을 빼는 계기로 중간결과를 발표하는 ‘행정 트릭’이 적지 않았기에 하는 우려다. ‘정부합동’에다 ‘특별본부’라는 거창한 간판을 내걸었을 때는 기껏 민간 기획부동산 업체의 탈세나 차명거래를 뒤지겠다는 게 아니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권력형 거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집행부와 의회 등 토호형 지방 실권층의 불법 사례로는 이렇다 할 게 없는 것도 의구심을 남긴다. “못 찾았나, 안 찾았나” 국민은 이렇게 묻고 있을 것이다. 역량 부족이라면 이런 국수본으로 경찰은 수사권 독립을 말하기 어렵다. 행여 수사 대상 선정에서 ‘정치적 고려’라도 있었다면 더 큰 문제다. ‘최종 수사 결과’를 조기에, 제대로 내놔야 하는 이유다.
보다 중요한 것은 ‘공직의 재인식’이다. 공공 부문 전체가 왜 공직인지, 어떻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스스로 정풍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때 아닌가. 김부겸 총리가 ‘대국민 사죄’를 더 하는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공직의 투명 감시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정교하게 작동시키는 것도 중요해졌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총리실 사정부서를 비롯해 무너진 공직 내부 감시체제는 단순히 문재인 정부의 오작동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잃은 소도 찾아야겠지만,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재발을 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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