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이 열악해진 대학들은 장학금·연구비 등 비용지출을 줄이며 겨우 연명해왔다. 설상가상으로 작년엔 코로나19로 외국인 유학생까지 급감했다. 이대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파산하는 대학이 속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학들의 운영 수익(총 4조4521억원)도 전년 대비 3.56% 감소했다. 운영 수익은 등록금·법인 전입금·기부금·부대사업 수익 등 대학이 한 해 동안 받는 돈을 모두 합친 것이다. 이는 학교의 역량을 평가하는 중요한 경영 지표로 꼽힌다.
연세대가 작년 9023억원의 운영 수익을 올려 주요 사립대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6289억원을 벌어들인 고려대였으며 성균관대(5678억원), 한양대(5070억원), 경희대(4379억원)가 뒤를 이었다.
국내 대학들은 수익 구조가 다변화돼 있지 않아 운영 수익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으로 충당한다. 서울·수도권 주요 10개 대학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수익원을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끊이지 않았지만, 전체 운영 수익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등록금 의존도’는 지난해 기준 60.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65.8%)과 비교했을 때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등록금 의존도는 대학별로 양극화가 뚜렷했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40%대로 양호했지만 서강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70%를 넘어섰다. 서강대는 10년 전 70.2%에서 78.4%로 더 높아졌다. 이화여대도 59.8%에서 61.7%로 등록금 의존도가 올라갔다.
반면 중앙대는 전입금이 2019년 198억원에서 작년 9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결과 중앙대의 등록금 의존도는 1년 만에 69.5%에서 74.3%로 치솟았다. 서강대의 재단전입금은 13억원으로 연세대의 5%에 불과했다.
‘문과 위주 대학’들은 정부 지원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국고보조금이 이공계 위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양대는 작년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673억원을 지원받았지만 한국외국어대는 354억원을 받는 데 그쳤다.
대학들은 운영 수익이 감소하자 교내 장학금 규모를 줄였다. 재정 악화의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는 교내 장학금 규모를 11.2% 축소했다. 전년보다 장학금 지급을 늘린 대학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서강대 등 네 곳이었다. 사립대들은 교직원 감축과 임금 동결에도 나섰다. 재정 악화가 대학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예정대로 수도권 대학 정원을 감축하면 대학들의 재정은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고정 수입인 등록금 수입이 줄어든 것은 큰 충격”이라며 “글로벌 대학들처럼 캠퍼스에 전기자동차 공장을 세우거나 인공지능(AI) 등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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