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임대주택 매입의 기준이 되는 표준건축비를 현실화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2016년부터 동결돼 시세의 60% 수준인 표준건축비 때문에 민간은 물론 공공 개발도 속도를 못 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촉진을 위해서는 표준건축비를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최근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서울지역 민간 재개발은 새로 짓는 전체 주택의 15%를 의무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공공임대로 매각해야 한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으면 재개발은 물론 재건축도 늘어난 용적률의 최대 50%를 임대로 내놓도록 돼 있다.
표준건축비는 임대주택을 사들일 때 기준가격 역할을 한다. 현재 아파트 중층 기준(전용면적 60㎡ 이하) 표준건축비는 ㎡당 101만9400원이다. 즉 전용 60㎡ 아파트를 표준건축비 6100만원 정도에 땅값을 더해 사들이는 셈이다.
정부는 저소득층 주거비 부담 완화 등을 내세워 2016년 6월 이후 표준건축비를 묶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표준건축비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등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164만9000원)의 62% 수준에 머물러 있다. 표준건축비가 너무 낮아 사업 채산성을 못 맞추는 구역이 적지 않다는 게 정비업계의 설명이다.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새 아파트를 지어 헐값에 매각하라는 것으로 임대주택을 많이 지을수록 손실이 커진다”고 말했다. 표준건축비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재개발과 재건축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이 지난달 재개발 주거정비지수 폐지 등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표준건축비가 걸림돌”이라며 “적정 가격을 쳐줘야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 표준건축비
공공임대 아파트 가격을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건축비. 공사비와 설계감리비, 부대비용 등을 감안해 정해진다. 건축 평가, 건축비에 대한 보조·융자 등의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인상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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