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관 성추행' 가해자, 입 꾹 다문 채 군사법원 압송

입력 2021-06-02 20:51   수정 2021-06-02 20:53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 부사관 사건의 피의자가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 압송됐다.

2일 저녁 7시 50분 경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모 중사는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및 보통군사법원 청사에 도착했다.

그는 전투복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로 차에서 내렸다. 취재진이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느냐' 등의 질문을 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법정으로 걸어 들어갔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오전 장 중사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오후 3시경 보통군사법원으로부터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구인영장을 발부 받았다.

영장실질심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등을 고려해 영장 청구 1∼2일 정도 뒤에 열리지만 장 중사의 구속 여부는 이날 결정될 예정이다.

장 중사는 충남 서산 소재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지난 3월 같은 부대 이모 중사 등과 회식을 하고 숙소로 돌아오던 차량 뒷자리에서 이 중사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인 이 중사는 현장에서 장 중사에게 항의하고 상관에게도 신고했다. 하지만 "없던 일로 해주면 안되느냐"며 합의와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한 공군의 엉터리 수사와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이 불거진 후 첫 가해자 조사에서 일부 혐의만 시인한 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공군 군사경찰은 장 중사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고 휴대전화도 압수하지 않았다.

장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는 피해 발생 석달 만에 이루어졌다. 사건이 공군 군검찰로 송치된 이후이자 이 중사가 사망한지 9일 만이다.

이 중사는 피해 이후 20비행단 소속 민간인 성고충 전문상담관으로부터 22회의 상담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 4월 15일 상담관에게 "자살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2주간 6회가량 지역의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 및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같은 달 4월 30일 성폭력상담소는 "자살징후 없었으며, 상태가 호전됐다"는 진단과 함께 상담을 마쳤다. 이 중사는 5월 3일 청원휴가가 끝났지만 2주간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자가격리를 했다.

이 중사는 20비행단에서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부대 전속을 요청했고 지난달 18일부터 전속된 부대로 출근했지만 나흘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사는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후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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