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산업은 한국 경제의 파고를 헤쳐온 식품회사다. 1971년 중고 원양어선 1척으로 시작해 50년 만에 매출 3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꼼수상속' 의혹으로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급기야 최근 소액주주들은 "오너리스크로 인한 기업가치 저평가를 참을 수 없다"며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발언권을 키운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사조산업은 경영권 분쟁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사조산업 소액주주연대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지난달 10일 주주명부를 열람하겠다고 했으나 회사가 응답하지 않자 법적 절차에 돌입했다. 송종국 사조산업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우호지분을 모아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투명경영 및 주주가치 제고 등과 관련된 주주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액주주들은 사조산업 주가가 오너리스크로 인해 저평가돼있다고 본다. 사조산업은 2014년 501오룡호 침몰 사고 당시 사측이 유족에 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다. 실적은 뒷걸음쳤다. 매출이 연결기준 2018년 7820억원, 2019년 7354억원, 2020년 621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순이익은 2018년 411억원에서 2019년 -14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가 지난해 121억원의 이익을 내며 겨우 한숨을 돌렸다. 사조산업의 작년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9배 수준이다.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올 초 회사가 추진했던 골프장 법인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 간 합병에 찬성한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해임하자고 제안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앞서 2월 사조산업은 두 자회사를 합병한다고 했다가 소액주주 반발에 계획을 철회했다. 캐슬렉스제주는 자본잠식 상태에 지난해 8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반면 캐슬렉스서울은 지난해 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캐슬렉스제주는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부사장이 지분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주 부사장의 개인회사다. 캐슬렉스서울은 사조그룹의 지분율이 99% 수준이다. 송 대표는 "두 자회사의 합병을 추진한 건 오로지 주 부사장 지분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오너의 이익을 위해 상장사인 사조산업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려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유전자 치료제 개발업체 헬릭스미스는 서울 마곡동 본사에서 주주 공개 토론회를 열고 이를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소액주주들로 구성된 헬릭스미스 비상대책위원회의 요구에 따라 다음달 14일 임시 주총을 열기로 했다. 비대위는 이사 전원을 해임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사측의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결정, 고위험상품 투자로 인한 일부 손실에 분노하고 있다. 김선영 대표가 아들에 주식을 증여한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일도 반복됐다. 이에 사측이 임시 주총 전에 주주들과의 간담회를 마련한 것이다.
앞으로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한 주주제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부터는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시행되면서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지난해 동학개미운동 열풍 이후 회사로 걸려오는 소액주주들의 문의, 항의 전화가 늘어났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도 소액주주들의 집단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최근 소액주주운동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사조산업, 우리로, 이퓨처 등의 소액주주들에게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이 법무법인은 최근 한강에서 실종돼 사망한 대학생 손정민 씨 사건과 관련해 친구 A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기도 하다.
구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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