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의 이번 판정은 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들을 ‘실질적 영향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엮어 사용자성(性)을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반란’으로 봐도 될 정도다. 우선 “단체교섭을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 계약관계가 없는 제3자에게로 확장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례를 부정했다. 단체교섭 제도는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계약을 형성·변경할 수 있는 기능과 가능성을 본질로 하기 때문에 ‘계약이 전제돼야 한다’는 상식에도 반한다. 중노위 스스로도 불과 3년 전 CJ대한통운은 집배점 택배기사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 불가다.
중노위는 ‘노조활동에 개입했다면 구제명령에 응해야 하는 사용자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다른 판례를 앞세웠다. 하지만 엄연히 다른 사안인 ‘노조활동 개입’과 ‘단체교섭권’ 이슈를 연계한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개별 사안을 다룬 것이며 단체교섭 의무를 일반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는 해명 역시 부적절하다. 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부 산하의 합의제 준사법 행정기구이고, 법원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는 점은 중노위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중노위 심판위원회의 편향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용자위원(1명) 근로자위원(1명) 공익위원(3명) 등 5명으로 구성된 현 심판위는 출범 때부터 ‘친(親)노조’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공익위원인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민변 출신이고, 나머지 두 교수도 모두 친노동계로 분류된다.
노사관계 전반에 큰 파장이 불가피해졌다. 택배업처럼 원·하청 고용 형태인 보험설계·대출모집·방문판매업 등 특수형태 근로자의 교섭 요구가 봇물 터질 것이다. 민법상 ‘도급’ 계약이 일반화된 조선 철강 중공업 등 제조업에서도 무리한 요구와 이를 빌미로 한 파업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하청업체도 골치 아프긴 마찬가지다.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상실돼 경영권이 침해되면 인력대행업체와 다를 바 없다. 친노조 행보를 하더라도 법과 원칙에 따른 최소한의 양식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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