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밈은 색다른 의미로 확장됐다.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생각, 스타일 등을 뜻하는 ‘인터넷 밈’으로 파생된 것이다. 좁게는 SNS 등에서 복사되고 변형돼 퍼지는, 재미있는 문자·사진·동영상 등을 가리킨다.
2013년 호주 젊은이들이 ‘할렘 셰이크’라는 노래에 맞춰 춤추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뒤, 세계적으로 관련 춤 동영상들이 올려진 게 대표적이다. 우리 말로는 ‘짤, 짤방’이라고도 한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밈’ 현상이 확산돼 눈길을 끈다.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 개인투자자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유행하는 주식을 ‘밈 주식(meme stock)’이라고 부른다. 올초 미국 개미들이 집중 매수한 게임스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에서 뭉친 이들은 공매도 헤지펀드에 맞서 매수에 나섰다. 월가를 조롱하는 사진과 동영상(밈)을 올리며 서로 매수를 독려했다. 연초 17.25달러였던 주가는 한때 500달러까지 폭등했고, 공매도를 걸어놓은 헤지펀드들은 혼쭐났다. 게임스톱 주가는 이후 40달러대로 폭락했다가 반등해 200달러대에서 거래 중이다.
영화관 체인업체 AMC엔터테인먼트도 밈 주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로 한때 파산 위기에 처했던 이 회사는 지난 2일 주가가 95% 폭등했다. 이에 AMC 최고경영자(CEO)는 “공짜 팝콘을 쏘겠다”고 화답했다. AMC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약 3000%다. 블랙베리도 주식 커뮤니티가 움직이면서 들썩이고 있다. 암호화폐가 각국 정부 규제로 약세를 보이자 ‘집 나갔던’ 개미들이 다시 돌아와 밈 주식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치’보다 ‘유행’을 따르고, 그래서 변동성이 큰 것은 암호화폐와 밈 주식이 비슷하다. 유동성이 넘치면서 급격한 쏠림이 벌어지는 것도 밈 주식 유행의 배경일 것이다. 한국 증시에도 밈 주식 현상이 등장할까.
박성완 논설위원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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