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1대 국회 개원 후 이날까지 약 1년간 발의된 의원 발의 법안 건수는 총 9731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0대 국회(6631건)에 비해 3100건의 법안이 더 발의됐다. 19대 국회(4031건)와 비교해선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단순히 계산해도 매일 37건, 한 주에 187건가량의 법안이 발의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21대 국회에서 의원 법안이 최초로 4만 건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대 국회(1992~1996년) 4년간 252건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던 것과 비교하면 양적으로 158배 늘어나는 셈이다. 의원 발의 건수는 15대 국회에서 806건, 16대 1651건, 17대 5728건이었다가 18대 때 1만191건으로 처음 1만 건을 돌파했고, 20대 국회에서 2만 건을 넘었다.
발의된 의원 입법안 중 상당수가 제대로 검토되지 않고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국회의 법안 폐기율은 68.4%로 조사됐다. 의원이 발의한 법안 10개 중 7개가 폐기됐다는 뜻이다. 상임위원회별 법안소위에서 법안 한 건을 심사하는 시간은 17대 국회 23분, 18대 19분, 19대 18분, 20대 13분 등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정치권에선 “잘못된 공천심사 관행이 불필요한 입법안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당에서 공천을 줄 때 통상 입법 성과를 평가하는데 이때 발의 건수가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의 주목을 받는 현안일수록 불필요한 입법 경쟁이 과열된다. 지난 3월 불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이후엔 40건 넘는 관련법 개정안이 쏟아졌다.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한다’는 식의 법안 포퓰리즘이 ‘묻지마 입법’의 한 원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선 각 상임위원장이 모두 여당으로 넘어가 야당의 견제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한 것도 ‘발의 폭주’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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