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장 증설 '예산 낭비' 논란

입력 2021-06-03 17:40   수정 2021-06-04 01:05

정부가 11억8000만원을 들여 전국 7곳에 화상 이산가족 상봉장을 증설한다. 남북한 관계가 경색돼 3년간 이산가족 상봉 자체가 중단된 상황에서 과도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일 제321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를 열어 오는 8월까지 전국 7개 도시에 화상 상봉장을 증설하는 데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사진)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또하나 성과는 한·미가 이산가족 상봉 추진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며 “90세 이상 초고령 이산가족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화상 상봉장을 증설하면서 헛돈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 관계가 얼어붙어 2018년 8월을 끝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전국 13곳의 기존 화상 상봉장은 한 번도 운영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돼 있다. 정부는 새 상봉장에 2019년 북한의 화상 상봉장 설치를 지원하기 위해 구입해둔 장비들을 설치한다는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 보관비용 발생과 성능 저하 등 문제가 생긴다”며 “일단 국내 화상 상봉장 증설에 미리 사용하고 향후 남북이 화상 상봉을 협의하면 다시 북측에 지원할 물자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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