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테크. '법(Legal)'과 '기술(Tech)'을 접목한 말입니다. IT기술을 활용한 각종 법률 서비스를 뜻합니다. 각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AI(인공지능)가 접목되는 현실이니 법률시장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죠. 의뢰인들 입장에선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찾거나, 간단한 법률서류를 작성하는데 도움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생각해볼 수 있을 테고, 법조인들한테는 판례나 법령 등을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에선 새롭게 뜨는 리걸테크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법률 서비스와 컨설팅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노리고 있는 대형 회계법인들까지 적극 뛰어들고 있습니다. 리컬테크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하는가 하면, 이들 기업으로부터 유능한 경영진을 스카우트해 오기도 합니다. 반대로 리걸테크 기업들이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에서 인재를 끌어옵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처음엔 재판 관련 키워드를 찾아주는 등의 보조적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점점 법률자문 기능 등을 강화하며 로펌과 경쟁하기도 합니다.
리걸테크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투자도 늘고 있습니다. 2019년 톰슨로이터 등에 따르면 영국 리걸테크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해마다 늘어나 2억6000만유로(약 3500억원)에 달했다고 추정했습니다. 한 글로벌 데이터분석회사는 전세계 리걸테크 시장 투자금액을 2018년 약 16억6300만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로 봤습니다. 이는 3년만에 약 7배로 커진 수치입니다. 캐나다에 근거를 두고 있는 클리오(Clio)처럼 이미 기업가치를 10억달러(약 1조원)이상 평가받는 유니콘들도 있습니다. 안그래도 커지던 시장이 코로나 확산을 계기로 성장세가 더 가팔라졌다는 평가입니다. 변호사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사무실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없이 혼자 다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죠.
한국은 어떨까요. 30여개의 리걸테크 회사들이 있는데 다들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엔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인 '로톡'이 대한변호사협회와 큰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변협은 지난달 초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바꿔 오는 8월부터 로톡처럼 금품을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법률 플랫폼에 가입하거나 광고를 의뢰하는 변호사는 징계키로 했습니다. 2016년 변협이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고발했지만 무혐의 종결된 바 있는데, 이에 내부 규정으로 소속 변호사 단속에 나선 겁니다. 변협의 논리는 로톡이 변호사간 수임료 비교를 가능케해 저가 수임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소속 변호사들에게 플랫폼 탈퇴를 권유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로톡은 “직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지난달 31일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가 등장하면 그로 인해 '변화'를 겪는 사람들이 반발합니다. 갈등은 자연스러운 듯합니다. 문제는 해결의 방향입니다. 통상 이해관계자들이 얽히면 그 사이에서 소비자들의 목소리는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차량 공유서비스 타다가 택시 기사들의 반발로 좌절된 게 대표적이죠. 타다를 잘 이용하던 소비자로서 개인적으론 지금도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로톡 이슈도 그렇습니다. 의뢰인 입장에서 크고 중요한 사건은 아마도 기존처럼 로펌이나 법률사무소를 찾아갈 겁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서비스들은 로톡이든 뭐든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겠죠. 한번 이용해 봤는데 별로다 싶으면 그 다음엔 이용을 안 할 수도 있구요. 그건 아마도 로톡에 가입하는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렇게 경쟁하고 서비스가 분화하면 시장이 오히려 커질수 있습니다. 법률 서비스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겐 로톡을 금지하려는 변협의 움직임이 틀에 박힌 자기 영역 지키기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플랫폼 시대로의 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박성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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