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인텔이 자사의 반도체 전문가들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기업이 기술을 홍보하는 경우는 많지만 엔지니어를 직접 등장시키는 사례는 드물다. 자사 내 전문적인 엔지니어들이 많다는 점을 고객사들에 강조해 반도체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4일 본사 '뉴스룸' 홈페이지에 ‘비하인드 빌더스(Behind the Builders)’라는 코너를 만들고 첫번째 편으로 부품 연구 그룹(Component Research Group)의 패키지 및 시스템 연구(Package and Systems Research) 팀 디렉터인 조한나 스완(Johanna Swan)을 소개했다.
인텔, 패키징 경쟁력 강화
인텔이 패키징 전문가를 처음 소개한 것은 그만큼 패키징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패키징은 하나 이상의 실리콘 다이 주변을 절연체로 감싸 외부로부터 실리콘 다이를 보호하고, 발열을 낮추는 작업을 말한다. 여기에 전력을 공급하고 컴퓨터의 다른 부품에 연결하는 것까지 포함된다.팻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IDM(종합반도체기업) 2.0’ 전략을 발표하면서 독립 파운드리 사업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출범을 선언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2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 두 곳도 증설하기로 했다.
당시 겔싱어 CEO는 "인텔의 세계적인 패키징 및 조립 테스트 기술"을 거듭 언급했다. 그는 "고객들의 패키징 기술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인텔 최고 패키징 전문가
스완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에서 16년 간 근무한 이후, 2000년 인텔에 합류한 전자 패키징 기술 전문가다. 20년 이상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스완은 "몇 년 동안만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했으나, 패키징에는 고속 신호 전달과 전력 공급, 기계적 문제 및 재료 문제 등 많은 분야가 있으며, 풀어야 할 정말 흥미로운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스완은 "미래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를 예측하고 앞으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믿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며 "여기서 미래란 최소 5년 앞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완은 "패키징은 외부와 연결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트랜지스터 수준에 이르는 내부 깊숙한 부분에서 처리되는 성능을 최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첨단 기술을 연구하려면 인내심이 매우 강해야 한다"며 "결과물을 확인하는 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흥미로운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쁨과, 그것이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믿음·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완은 여러 개의 실리콘 타일을 조립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해 그녀는 "실제로 큰 변곡점"이며 "조금 다른 방식으로 무어의 법칙을 효과적으로 지속할 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인텔, 초대형 GPU인 폰테 베키오 출시
스완은 패키징 분야에서 인텔의 EMIB 및 포베로스(Foveros)와 같은 새로운 다차원 고급 패키징 기술은 칩 설계자들에게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만들 수 있는 흥미로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포베로스는 생산된 반도체를 쌓아 올려 결합하는 기술이다. EMIB는 평면에서 반도체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인텔은 미국 뉴멕시코 주 리오랜초 생산시설에 35억 달러(약 3조 9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패키징 시설을 확충하고 내년 말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인텔은 1980년 뉴멕시코 주 리오랜초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건립해 운영해오고 있다. 이곳에선 옵테인 기술을 활용한 옵테인 메모리, 낸드 플래시 메모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인텔은 여기에 더해 올 연말부터 반도체를 패키징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해 내년 말부터 운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리오랜초 소재 인텔 생산 시설 면적은 약 40% 더 늘어난다.
이곳에선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에서 가동될 슈퍼컴퓨터 '오로라'에 탑재될 초대형 GPU인 폰테베키오도 생산된다. 역시 포베로스 기술이 활용된다.
스완은 “패키징은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정말 멋지고 재미있는 분야”라며, “현재 인텔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기술력은 인텔에 입사한 이후로 본 것 중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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