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이 인프라 투자 규모를 1조달러로 줄이고 재원 확보를 위해 법인세율을 28%로 인상하려던 계획도 보류하는 타협안을 공화당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법인세율 인상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초당적 협력을 위해 핵심 공약을 유예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공화당 협상 책임자인 셸리 무어 캐피토 상원의원에게 법인세 인상을 배제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패키지를 수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줬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으로는 대기업에 대한 최저한세율 15% 도입 등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소식통의 말을 빌려 바이든 대통령이 캐피토 상원의원과 협상에서 법인세율 인상을 협상 테이블에서 치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법인세율 인상 계획(21%→28%)을 보류하고 인프라 투자 계획은 2조3000억달러에서 1조7000억달러로 한 차례 낮춘 데 이어 또다시 1조달러 수준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이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을 양분하고 있는 상원에서 초당적 법안 처리를 위해 공화당 입장을 대폭 수용하는 것이다.
공화당은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이란 이유로, 2조3000억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에 대해선 재정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928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법인세율 인상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법인세율을 28%로 올리려는 계획을 포기했느냐’는 질문에 “절대 아니다”고 부인했다.
사키 대변인은 최저한세율 15% 신설안에 대해선 대선 공약이자 최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 등에도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법인세율 인상을 포기하는 대신 최저한세율 15% 도입 쪽으로 방향을 튼 게 아니란 설명이다.
다만 인프라 투자 계획과 관련해 “(감세 조항을 담은) 2017년 세법을 건드리고 싶어 하지 않는 많은 공화당원에게 완전히 받아들일 만한 것이 돼야 한다”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협상 시한에 대해서도 미 언론이 예상한 6월 7일을 시한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WP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여전히 법인세율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프라 투자 재원이 아닌 다른 이유로 법인세율을 인상하거나 공화당과의 합의가 어려울 경우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타협안 제시에도 공화당과의 합의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공화당은 법인세 인상뿐 아니라 다른 증세에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합의에 이를지, 아닐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에 이어 4일에도 캐피토 의원과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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