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은 새로운 산업혁명입니다. 앞으로 기술과 경제의 가치는 탄소중립 기준에 의해 평가받게 됩니다."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미래과학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미래과학포럼은 김하석 서울대 명예교수, 문 교수 등 각계 원로 10명이 주축이 돼 발족한 과학기술 육성 단체다.
문 교수는 에너지 기술의 혁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한국은 온실가스 집약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10~20% 높고, 에너지 소비 대 GDP 비율도 20~40%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의 산업구조가 에너지 다(多)소비형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기술 혁신의 방법으로는 수소를 들었다. 문 교수는 "수소의 생산, 저장 및 이송, 수소연료전지를 통한 전기 생산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지속돼야한다"며 "앞으로 에너지 무역은 현재 천연가스와 유사한 파이프라인 (또는 선박)을 이용한 수소 이동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세대 원자력발전소인 SMR(소형모듈원전)도 언급했다. 문 교수는 "세계적으로 안전성이 개선된 SMR이 개발되고 있다"며 "원전은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효율적 수단이지만, 주민수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SMR은 무탄소 전기 생산 뿐 아니라 그린수소 생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차세대 원전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전세계 수십개 국가가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SMR을 개발해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지난 3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10억달러를 들여 미국 와이오밍주에 SMR의 일종인 소듐고속냉각로(SFR)를 짓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보좌관을 지낸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1866년 위정척사운동부터 1910년 경술국치, 1945년 해방과 신탁통치, 1950년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암울했던 한국 근현대사를 언급하며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과학기술을 도외시하다 강대국의 놀이터가 돼 100년동안 암흑기를 보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조선의 비극은 위정자들과 지식인들이 '산업이 국민 행복의 기본'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라며 "기업과 기술이 바로 국력이며, 산업혁명 DNA는 국가별로 유전된다. 4차 산업혁명은 한국이 절대 놓쳐선 안될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미 케네디 대통령이 1960년대 들어 달을 정복하겠다고 했을 때 각계에 회의가 많았지만 미국 과학계와 기업이 총동원돼 목표를 달성했고, 이런 경험은 결국 실리콘밸리 문화의 씨앗이 됐다"며 "국가 발전의 가장 큰 힘은 과학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학기술계의 힘만으론 부족하다"며 "정부와 기업, 과학계가 삼위일체로 톱니바퀴처럼 협력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선진국일수록 광속으로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데 한국은 전속력으로 과거로 퇴보중"이라며 "(문재인)정부 여당의 무능과 위선은 과학기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불치병"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 역시 SMR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 대표는 "원전은 복잡도를 줄여 변수를 제어해서 사용하는 것이 과학적 대안"이라며 "지구와 인류를 위해선 (문재인 정부처럼)탈원전이 아니라 탈석탄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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