感으로 투자 말고 '스윗스폿' 맞혀라

입력 2021-06-04 18:14   수정 2021-06-11 16:15

주식투자와 골프는 닮은 점이 꽤 많다. 우선, 지인들과의 대화 주제로 적당하다. 골프장이나 골프 스코어, 골프 선수 등을 얘깃거리로 삼으면 서먹한 사이라도 부담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짭짤한 수익을 봤거나 그런 수익이 기대되는 종목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간 순삭’(순식간에 삭제됨)이다.

중간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이 생긴다는 것도 닮았다. 18홀을 도는 동안 실수 없이 또박또박 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슬라이스, 훅, 뒤땅, 벙커 등 타수를 늘리는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의외의 변수에선 주식도 골프 못지않다. 세계 어느 곳에서 불거질지 모르는 변수가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세 번째 공통점은 충분한 연습 없이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연습장에서 스윙폼을 충실하게 만들어 필드에 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주식투자도 기초 지식이 부족한 채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일단 시작하면 골프든, 주식투자든 잘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골프는 충분한 연습이 첫 번째 필요조건이다.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면 ‘똑딱이’부터 해야 한다.

하프스윙 전에 골프공을 살살 정확히 맞히는 반복 연습 과정이다. 어서 빨리 남들처럼 시원한 스윙을 하고 싶은데 지루한 똑딱이를 하라고 하니 견디기 힘들어 한다.

그래서 똑딱이 과정 수료증을 스스로 발급한 뒤 필드로 나가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기본기가 부족함을 깨닫고 다시 똑딱이부터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연습을 충실히 할수록 티샷이나 아이언샷에서 골프클럽 헤드의 중앙인 ‘스윗스폿’에 골프공을 맞히는 비율이 높다. 스윗스폿에 공이 제대로 맞으면 자신이 공을 쳤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공은 멀리 똑바로 날아간다.

주식투자는 어떤가. 주식 초보자를 위한 각종 정보와 자료가 엄청나게 늘어나 마음만 먹으면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 금리, 환율 등 각종 경제지표와 개별 종목 분석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쌓고 증권사 보고서 및 경제신문 기사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하지만 이를 골프의 똑딱이처럼 지루하게 여겨 곧장 실전투자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알고 이해해서’ 하는 투자가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에게 듣거나 의지해서 혹은 자신의 ‘감’으로 투자한다. 그렇게 하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이해한 뒤 투자한 게 아닌 만큼 주가가 요동치면 불안해서 뇌동매매를 하게 된다. 약간 과장하자면 수익을 온통 운에 맡기는 셈이다.

이와 달리 충실하게 기본기를 쌓은 투자자는 그 기본기를 바탕으로 합리적 투자를 할 수 있다. 자신이 그 종목에 투자하는 근거를 잘 알고, 그 근거에 기반해 어느 정도 수익률을 추구해야 할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투자의 정석대로 스윗스폿에 맞히는 투자라고 할 만하다.

골프와 주식투자 모두 스윗스폿에 맞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골프는 그린과 그 주변의 ‘쇼트게임’에서 스코어가 갈린다. 퍼팅에선 특히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주식투자도 스윗스폿을 맞혀 좋은 종목을 골라 수익이 나고 있더라도 투자심리를 잘 관리해야 한다. 사람이 어디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기만 하던가. 논리와 합리로 설명할 수 없는 심리적 요인이 투자 성과를 망치는 경우는 허다하다.

골프, 할수록 참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한다. 주식투자도 그렇다. 과거 성과가 아무리 좋은 투자자라도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유일한 방법은 스윗스폿에 맞히는 비율을 높게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하고 냉철한 자세로 멘탈 관리에 임하는 수밖에 없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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