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 지사는 유 전 의원과의 SNS를 통한 설전 중 “2019년 노벨상 수상자인 배너지·두플로 교수 부부가 모든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 정도의 소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을 향해 “같은 경제학자라는데 노벨상 수상자와 다선 국회의원 중 누구를 믿을까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지사가 배너지·두플로 교수의 주장을 정반대로 인용했다는 게 윤 의원의 주장이다.
윤 의원은 직접 배너지·두플로 교수의 저서인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의 해당 문구를 소개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배너지·두플로 교수는 이 책에서 가난한 나라의 경우에만 기본소득이 효과적일 뿐, 선진국에서는 기본소득으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배너지 교수 등은 “선진국은 일 자체가 목적의식, 소속감, 성취감, 존엄성, 자아계발 등 삶의 의미를 가꾸는 주축”이라며 “선진국 사회가 현재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고 보편기본소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 근로자의 이동을 돕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다만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며 “개발도상국은 복잡한 프로그램을 운용할 행정 역량이 부족하고 농촌 기반 사회라 소득 파악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이 지사를 향해 “원래 내용을 뒤집어 본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꾸며대는 정치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며 “잘 번역된 저서가 서점마다 깔려 있어 금방 확인 가능한 문제에 대해 이 정도 거짓을 내놓을 정도면 확인하기 쉽지 않은 다른 문제들은 오죽하겠냐”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사람들 중에는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사람도 있다”며 “하지만 찬성하는 사람들도 그들이 말하는 기본소득이 전 국민 대상이 아니라 저소득층이나 일부 국민 대상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두 ‘경제통’ 의원에 이어 이한상 교수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논쟁을 하기보다 노벨상이라는 권위의 우상에 복종하라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제일 한심한 것은 이 지사가 원문이나 번역본을 스스로 읽어보고 저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 책 저자들은 전 국민 기본소득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선진국보다는 저개발 국가에 유효한 전략이라고 분명히 말하고 있는데도 앞뒤 다 잘라먹고 엉뚱하게 인용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며 “책을 안 읽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실증에 기반한 경제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재명표’ 기본소득 역시 비판했다. 그는 “배너지·두플로 교수 책의 핵심은 실증 증거 기반 정책이 좋은 정책, 좋은 경제학이라는 것, 그리고 이론이나 증거 없이 미디어에 나와 떠드는 정책은 나쁜 경제학, 나쁜 정책이라는 것”이라며 “저 책을 읽고 양심이 있는 제대로 된 트레이닝을 받은 경제학자는 결코 한국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기본소득을 실험해 보자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은 ‘소득주도성장 시즌2’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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