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의 발레극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달 15~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2021 대한민국발레축제’다. ‘혼합된 경험과 감정’을 주제로 12편의 발레극을 선보인다.
올해 축제의 주제에는 지금 벌어지는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현대인의 고민을 춤사위로 풀어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박인자 대한민국발레축제 조직위원장 겸 예술감독은 “발레극에는 대사가 없고 몸으로만 표현해야 한다”며 “사회 이슈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주제에 맞춰 다양한 의미를 담은 발레극이 펼쳐진다. 사전 공모를 통해 선발된 김용걸댄스컴퍼니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몸짓을 보여준다. 19~20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하늘, 바람, 별 그리고 시’를 통해서다. 4개 장으로 구성된 발레극 중 ‘별’에서 무용수 이은수·김민경은 별이 돼 사라지는 세월호 희생자를 표현한다.
같은 날 무용단 이루다블랙토는 환경 파괴에 직면한 인간 군상을 발레로 풀어낸다. 삶의 터전이 무너진 디스토피아 속에서 분투하는 인류를 군무로 표현한다. 안무를 짠 이루다 대표는 “공연에 활용할 모든 의상을 재활용품과 사용하고 버린 일회용품으로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명문 발레단의 기획 공연도 기대된다. 국립발레단은 안무가 존 프랑코가 1969년 선보인 희극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15~20일 공연한다. 2015년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라이선스를 가져와 국내 초연한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2003년 초연했던 ‘파가니니 랩소디’(사진)와 신작 2편을 18~2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 파가니니 랩소디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모티프로 창작한 작품이다. 미궁 같은 삶의 미로를 더듬으며 자아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신작 ‘애:더 버터플라이 러버스’는 중국 설화인 ‘축영대와 영산대’ 이야기를 담았고, ‘한:코리아 이모션’에는 우리 민족의 정서인 한(恨)을 군무로 옮긴다.
최태지 단장이 이끄는 광주시립발레단은 마리우스 프티파의 발레극 ‘레이몬다’ 중 3막을 풀어낸다. 현대무용가 프티파가 말년에 남긴 작품으로 두 주인공(레이몬드·장)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나오는 성대한 군무가 백미로 꼽힌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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