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1년6개월 된 한 신생 로펌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중국 안방보험 간 7조원대 국제소송,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 5조원 규모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건을 잇따라 수임해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법무법인 피터앤김이다.
김갑유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가 이끄는 피터앤김은 지난해 1월 출범했다. 서울, 제네바·베른(스위스), 시드니(호주), 싱가포르 등 세계 5개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출범 당시 서울사무소 소속 변호사는 5명뿐이었으나 지금은 20명으로 늘었다.
피터앤김은 세계 100대 국제중재 전문 로펌을 뜻하는 ‘GAR 100’으로 선정됐다. 김 대표는 지난 1년에 대해 “이제 국제중재 분야에서는 어떤 로펌과 비교해도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팀이 됐다”고 자평했다.
피터앤김이 꼽는 가장 큰 경쟁력은 맨파워다. 국제분쟁 및 중재는 로펌 이름보다 변호사 개개인의 영향력이 더 크게 작용하는 분야다. 김 대표는 20년 넘게 대형 로펌에 몸담으며 국제중재 분야 최고 권위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상사중재협회(ICCA)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다국적 변호사로 구성된 국제 로펌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다. 세계 피터앤김 소속 변호사는 40여 명으로 14개국 출신이다. 김 대표는 “서울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이 구사하는 언어만 12개”라며 “다양한 국가와 관련된 소송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중재 및 분쟁에서는 의뢰인이 속한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터앤김이 다국적 변호사로 구성된 로펌이라는 점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김 대표는 “일본과 베트남 기업 간 갈등을 한국 로펌에 맡기는 건 쉽지 않다”며 “이럴 때 기업들은 다국적 변호사로 이뤄진 국제로펌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피터앤김이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구성원들이 화상심리에 빠르게 적응한 덕도 있다. 코로나19는 국제중재의 풍경도 바꿔놨다.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아 모여서 중재를 진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중재인과 중재를 신청한 기업들은 각자의 국가에서 화상심리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미 5개 사무소 간 소통을 화상회의로 해온 터라 화상심리에 필요한 인프라와 노하우를 미리 갖췄다”며 “고객이 우리를 찾는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피터앤김의 목표는 아시아 제1의 국제중재로펌이 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홍콩은 아시아에서 손꼽힐 정도로 국제중재 시장이 발달해 있다”며 “최근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이탈하는 고객이 많은데, 그 수요가 한국으로 흡수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한국 출신 변호사도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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