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한(9월 24일)을 110여 일 앞두고 중소형 암호화폐거래소의 ‘무더기 폐업’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아야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데, 은행이 제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다 금융당국도 문제 해결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60여 개 거래소 중 4~5곳만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거래소 측은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기존 (실명계좌 발급) 업체와만 제휴하고 신규 업체와는 안 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은행에 실명계좌 발급을 독려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위는 정부가 은행에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자금세탁이나 전산 오류, 해킹 등 보안 사고가 터질 경우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 때문에 거래소와의 제휴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껏해야 4대 거래소 외에 한 곳 정도만 실명계좌 발급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선 “그동안 투자한 자본금과 자금세탁방지(AML) 역량 등을 갖췄는데, 문을 닫게 될 처지에 놓였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당국과 은행들이 책임을 회피하며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실명계좌를 이미 확보한 4대 거래소도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달부터 다음달까지 각 제휴 은행과 재계약 심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계약 연장에 무게가 실리지만, 일부 거래소는 재계약을 못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빗썸은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이 최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돼 ‘대주주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나머지 거래소에서도 입출금 지연 문제 등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암호화폐 공시체계 운영 방법과 신규 암호화폐의 상장 절차 및 기준 등을 담을 것도 권고했다. 현재는 허위 공시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해당 코인에 관한 정보 등이 투자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또 특정 암호화폐 발행 주체인 ‘코인 재단(코인개발업체)’이 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하면 거래소가 자체 심의위원회를 거쳐 상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코인의 가치와 가격 등 핵심 사항을 사실상 코인 재단이 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또 거래소 직원이 자기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할 경우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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