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전 동맹이 맺어진 영향으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인 ‘탈(脫) 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터다.
업계는 정책 수혜 기대에 들떠 있다. 우선 한국과 미국 원전업계가 손잡으면 신규 원전 수주전에서 경쟁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최근에는 차세대 원전 기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급등한 주가는 부담이다. 증시 주도주가 불문명한 상황에서 기대하지 않은 모멘텀이 생긴 영향이다.
같은 기간 원전 설계 기술을 갖고 있는 한전기술은 17.17%가, 원전 유지·보수 사업을 하는 한전KPS는 14.69%가, 원전 플랜트 경쟁력을 보유한 현대건설이 6.65%가 각각 올랐다.
원전용 계측기를 만드는 우진(59.85%), 원전 제어시스템 사업을 하는 우리기술(23.88%), 원전 플랜트에 들어가는 철골을 제작하는 보성파워텍(21.55%) 등 원전과 관련된 소형주들의 수익률도 높았다.
이 같은 주가 상승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지난 21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원전 산업 공동 참여를 비롯해 해외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안보·비확산 기준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영향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신규 원전 수주전에는 한국,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이 경쟁해왔다”며 “한국과 미국이 손잡으면 경쟁자가 하나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이 각각 가진 경쟁력이 시너지도 기대된다. 이 관계자는 “한국은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고 미국은 정치력을 갖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를 경계하는 국가의 신규 원전을 수주하는 데 한·미 동맹의 경쟁력의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체코 원전 수주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단 독자적으로 참여해 일감을 따낸 뒤 미국과 협력할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원전 수주전은 현재 한국, 미국, 프랑스가 3파전을 벌이고 있는데, 수주 경쟁 강도가 유지돼야 자국에 유리한 조건을 최대한 계약애 반영할 수 있는 체코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각각 보유한 에너지기업들이 와이오밍주 석탄공장 부지에 SMR을 짓겠다는 계획을 게이츠가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하면서다.
두산중공업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SMR 설계 인증을 받은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에 500억원의 지분투자를 했다. 향후 이 회사가 SMR 건설에 나서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핵심 기자재를 납품하기로 했다. 현재 SMR 설계에 대해 국가로부터 인증을 받은 기업은 뉴스케일파워가 유일하다고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전했다.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진 지난 2017년 초부터 꾸준히 내리막을 탔다. 2017년 2월13일의 종가 2만4096원을 고점으로 하락하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증시가 충격을 받은 작년 3월23일에는 2269원으로 10분의1 이하로 추락했다. 석탄화력발전과 원전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이번 정부 들어 두 발전원의 비중을 축소하려는 정책이 정책이 꾸준히 시행됐기 때문이다.
실적도 지지부진했다. 올해 1분기에는 흑자를 냈지만, 작년까지 6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다가, 결국 작년 3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원의 지원받았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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