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한·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기자에게서 받은 첫 질문은 대만 문제였다. 한국 정부의 관심사인 북한이나 바이든 대통령이 ‘생큐’를 연발한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보다 대만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미 언론엔 더 큰 관심이었던 것이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요즘 워싱턴에선 한국보다 대만 얘기를 10배, 20배쯤 더 많이 한다”며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거의 언제나 대만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북한 문제가 주요 화두였다면 지금은 그 자리를 대만이 차지했다고 한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내정’으로 여기는 민감한 주제다. 그래서 한국도, 일본도 이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를 포함시킨 것은 그만큼 대만 문제를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 의회 분위기도 비슷하다. 민주당 크리스토퍼 쿤스, 태미 더크워스, 공화당 댄 설리번 상원의원 등 상원대표단 3명은 6일 군용기를 타고 대만으로 날아가 차이잉원 총통을 만났다. 더크워스 의원은 타이베이공항에서 미국이 대만에 코로나19 백신 75만 회분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총 8000만 회분의 백신을 해외에 나눠주기로 하면서 동맹인 한국에 101만 회분을 제공했는데, 대만에도 그에 맞먹는 백신을 준 것이다. 이번 백신 지원은 일본이 대만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24만 회분을 보낸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미·일이 ‘백신 외교’로 중국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엔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비공식 특사단’을 대만에 파견해 차이 총통을 예방하도록 하는 등 대만과의 밀착을 과시했다.
중국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대만해협의 균형을 깨려 한다는 위기감도 워싱턴에서 대만 문제를 시급한 현안으로 다루는 이유다. 필립 데이비드슨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3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이 향후 6년 안에 대만을 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대만 중시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럴수록 한국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에선 미·일 정상회담 후 “(일본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국 정부가 중국의 반발에 대응할 수 있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대만 전략을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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