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가 시원찮아도 가게 문을 닫지 못해 속타는 식당·모텔 사장님들이 적잖은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 7200만원에 달하는 권리금과 남은 임차료를 비롯한 창업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무작정 가게 문을 여는 사장님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이후 자영업 특성별 고용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20년 자영업자수는 553만명으로 2019년 자영업자 561만명에 비해 8만명(1.4%) 줄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바깥출입과 씀씀이를 억제하면서 자영업자들 충격이 상당했지만 생업을 포기한 사람들은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한은은 그 배경으로 숙박·음식업종 자영업자의 감소 폭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식당과 모텔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수는 지난해 65만명으로 2019년(66만명)보다 1만명 줄어든 데 그쳤다. 지난해 숙박·음식업종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문을 닫은 업체는 크지 않았다. 한은은 창업자금과 권리금 회수를 위해 가게 문을 닫지 않은 자영업자가 적잖았다고 설명했다. 2020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숙박·음식점 업체의 평균 창업자금 규모는 7220만원으로 제조업(3460만원)과 서비스업(4870만원) 등에 비해 높았다. 남은 임차료 및 대출금, 철거 비용 탓에 벌이가 줄어도 폐업을 망설이는 자영업자가 적잖은 결과다.
반면 ‘배민 라이더’, ‘쿠팡맨’을 비롯한 배달 자영업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쿠팡의 고용원수는 지난해 말 5만명으로 2019년(2만5000명)에 비해 두 배가량 늘었다. 배달의 민족과 계약한 부업 배달 근로자인 배민커넥트 가입자는 지난해 말 5만명으로 2019년 말(1만명)에 비해 다섯 배가량 늘었다.
한은은 앞으로 식당·카페·학원을 비롯한 대면 업체들과 알바·주방이모를 고용한 자영업자들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달이 늘어나는 데다 무인 술집·식료품점이 늘어나는 데 따른 결과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통적 자영업으로부터 생산성이 높은 업종으로의 고용 재조정을 유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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