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 닛산화학,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7일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원고 패소 판결과 동일한 결과로 간주된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협정으로 인해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고 했다.
재판부가 원고의 청구를 인용해 강제집행이 이뤄지면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 대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청구를 인용하는 것은 빈협약 제27조와 국제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을 인정한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과 상반되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고 일본제철이 1인당 1억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강제징용 관련 소송이 19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소송은 2015년 5월 처음 제기됐으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여러 소송 중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10일로 예정된 선고기일을 앞당기면서 “법원의 안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징용 피해자 측은 이번 판결에 반발하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오현아/최진석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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