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으로 갓 입사한 남성 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도요타자동차가 능력을 중시하던 인사평가 기준을 인성중시로 바꾸는 등 회사 풍토를 뜯어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7일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2017년 당시 28세였던 남성 사원이 자살한 사고와 관련해 직장내 괴롭힘이 사망의 원인이었음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유족에게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피해자 유족은 도요타 측으로부터 배상금(액수 비공개)과 재발 방지를 약속받는 조건으로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 화해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원은 도쿄대 대학원 수료하고 2015년 4월 도요타에 입사했다. 2016년 3월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본사의 차량 설계 담당부서에 배치되면서 직속 상사로부터 직장내 괴롭힘이 시작됐다.
사원의 상사는 "바보, 병신", "이런 설명도 못할 바에야 죽는게 나아"라는 폭언을 지속했다. 피해자가 지방대를 졸업한 뒤 도쿄대대학원을 수료한 경력을 끄집어내 "학벌세탁을 했으니 이런 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인신공격도 반복했다.
상사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피해자는 2016년 7월 3개월간 휴직을 신청한 뒤 같은해 10월 같은 부서로 복귀했다. 가족과 동료들에게 여러 차례 '죽고 싶다'고 호소하던 피해자는 결국 2017년 10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9년 9월 도요타노동기준감독청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해 적응장애가 원인이라며 피해자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당초 도요타는 직장내 괴롭힘과 휴직의 인과관계는 인정했지만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부인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원인이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점도 도요타 아키오 사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요타 사장은 도요타노동기준감독청이 피해자의 산재를 인정한 보도를 접하고서야 직장내 괴롭힘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요타 사장은 그해 11월 유족과 면담하고 직장내 괴롭힘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점과 관련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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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에 관련한 사실이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이것이 현재 회사의 체질"이라고 개탄하고 재조사와 재발방지책 시행을 약속했다. 도요타의 직원수는 7만4000명에 달한다.
간부직원의 인간성을 심층적으로 조사해 지금까지 능력을 우선시하던 회사의 풍토를 인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꾸려는 조치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독립적인 익명 상담소를 신설하고, 직장내 괴롭힘이 파악되면 외부 변호사에 정밀 조사를 의뢰하는 대책도 마련했다. 도요타는 이 같은 방지대책의 진행 상황을 앞으로 5년간 유족에게 보고하기로 약속했다.
도요타는 "소중한 사원의 목숨을 잃은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 아픔을 평생 잊지 않고 재발방지를 철저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사망은 2019년 12월 미쓰비시전기에서 잇따라 발생한 유사 사고와 함께 일본에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9년 12월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6가지 유형과 사례를 모은 지침을 확정했다. 2020년 6월에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대기업에 적용돼 사내 괴롭힘 방지대책이 의무화됐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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