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한 명문 여자 사립학교가 미국 연구자들을 초청해 성전환 관련 강의를 열었다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강의를 듣고 남자로 성전환하려는 아이들이 나오면 어떡하냐"는 우려다.
6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세인트폴여자학교는 지난달 미 프린스턴대 인간다양성연구소 소속 연구자 두 명을 초청해 강연을 열었다. 성전환을 통해 남성으로 사는 여학생들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성전환의 장단점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학교 측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프린스턴대 연구자들이 방문해 성전환과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관한 연구 결과를 학생들에게 소개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또 "최근 미 아칸소주가 18세 미만 청소년의 성전환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는 점에 비춰 매우 중요한 강의"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가슴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바인더를 착용하거나 생리를 멈추기 위해 호르몬제를 복용하려고 하면 어떡할 것이냐는 주장이다. 이미 몇몇 학생들은 남성복을 입고, 남자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한 학부모는 "왜 굳이 그 연구자들이 이 학교에 와서 성전환에 관해 얘기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일부 학교 직원들이 성전환이 고민인 아이들에게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성 정체성 클리닉인 태비스톡 클리닉에 방문해볼 것을 조언했다고 들었다"며 "이 클리닉은 최근까지 16세 미만 여학생들에게 호르몬을 처방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학교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대학원생인 스탯츠 앳우드와 애슐리 조던은 '성전환 청소년 프로젝트'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3~12세 아이들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성전환 관련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이들이 관찰한 아이들은 중립적인 대명사와 이름을 사용하려고 하고, 때로는 헤어스타일과 옷 스타일을 바꿨다. 앳우드와 조던은 "이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더 우울해하지 않았고, 약간 더 불안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사라 플레처 세인트폴여자학교 교장은 "이미 출판된 프린스턴대 연구 발표를 강연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몇 년간 일부 학생들이 중립적인 대명사를 사용하기를 원하거나 성전환에 관해 공부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었다"며 "우리는 그 아이들의 뜻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1904년 설립된 세인트폴여자학교는 11~18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명문 사립학교다. 연간 학비가 2만6000파운드(약 4100만원)에 달하며 예술과 언론, 정·재계 등 영국 사회 곳곳에 이 학교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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