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유일한 내 편. 다시 태어나면 내가 먼저 널 안아줄게.”
애견인으로 유명한 가수 크러쉬가 부른 ‘Your dog loves you(당신의 개는 당신을 사랑한다)’의 가사다. 이런 사람들을 요즘 ‘펫미(Pet-Me)족’이라 부른다. 반려동물을 자신만큼 사랑하며 먹이고 입히는 것뿐 아니라 건강 관리 등에 아낌없이 지불한다는 의미다. 펫미족의 등장으로 ‘펫셔리(펫+럭셔리)’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펫 용품을 파는 ‘멀티숍’에서 강아지용 집 중 가장 비싼 제품은 92만원이다. 반려동물 생김새에 맞춰 귀걸이와 팔찌 등을 주문제작하는 서비스도 있다. 코코스퀘어 관계자는 “이탈리아 현지 업체가 두 달간 제작해 보내며 가격은 수십만원대”라며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도 반려견 ‘달곰’ 주얼리를 제작했다”고 말했다.
코코스퀘어를 연 하성동 지피에프파트너스 대표는 롯데 에비뉴엘 명품관을 총괄했던 럭셔리 전문가다. 스페이스원 매장은 고가의 멤버십으로 운영된다. 가장 비싼 회원권은 1000만원이다. 코코스퀘어는 지난해 11월 개장한 후 매달 1억5000만~2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유통 점포에 입점한 반려동물 매장으로는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펫산업의 성장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입양하거나, 키우던 반려동물과 유대가 강해지며 지갑을 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소비’가 펫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고가의 반려동물 용품을 사는 영향도 크다”며 “블랙핑크 제니가 유모차를 탄 강아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제니 강아지 유모차’를 찾는 사람들이 온다”고 말했다.
중소업체 중심이던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에는 동원F&B와 사조, 하림 등 대형 식품기업들이 진출했다. 하림은 계열사 하림펫푸드, 동원F&B는 자체 브랜드 ‘뉴트리플랜’ 등을 통해 고가의 펫 사료와 간식, 보양식 등을 판매한다.
유로모니터 관계자는 “3~5년 전 ‘한방 오리탕’ 보양식으로 유명한 조공 등 국내 중소업체들이 시장을 개척했고, 최근 기존 식품업체들이 뛰어들며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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