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 핏줄’인 바다 뱃길에선 한 번의 실수가 막대한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세계 물동량 80%가 해상을 통하다 보니 중소 해운사 배 한 척에만도 수백억~수천억원어치 화물이 예사로 실린다. 하지만 아직 항해를 돕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쓰는 기업은 많지 않다. 솔루션 가격이 너무 비싸 자산 규모가 조 단위인 글로벌 해운사가 아니고서는 도입하기 어려워서다.
맵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용 해상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유조선 항해사로 6년간 근무한 김지수 대표가 호주 시드니대 로스쿨을 중퇴하고 작년 5월 창업했다.
맵시의 대표 서비스는 증강현실(AR)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항해앱 ‘아라’다. 앱 하나만 있으면 항해사가 선박 안팎 현황을 확인·관리할 수 있다. 항해사가 따로 번갈아 확인해야 하는 각종 계기판, 전자해도, 레이더, 선박자동식별장치 등의 현황을 통합해 보여준다.
아라 앱엔 주변 장애물과 선박 정보도 나온다. 카메라로 근처 선박을 비추면 식별코드(콜사인)와 선박 정보를 보여준다. 모든 불을 끄고 항해해야 하는 밤중이나, 일대에 안개가 끼어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변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다.
맵시는 아라 서비스를 내년 중반께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어떤 선박 하드웨어 장치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앱을 짰다. 김 대표는 “고가의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를 쓰기 어려운 선주사나 중소·중견 해운기업, 어선, 레저 선박, 항해사 교육기관 등이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앱을 통한 구독형 서비스와 선박기업을 위한 기업 대 기업(B2B) 하드웨어 장치 등으로 솔루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비스는 스마트 선박과 자율운항 선박 분야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선박을 원격조종·자율운항하려면 각종 항해장비 데이터를 통합하는 게 필수라 서비스 수요가 높다는 설명이다.
맵시는 해양해운 플랫폼 ‘씨즌’도 운영하고 있다. 선장·항해사·기관장 등 해기사나 선박안전관리 감독 등의 채용정보를 모은 플랫폼이다. 항해사들 간 커뮤니티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씨즌 웹서비스를 아라 앱과 연동할 예정이다.
맵시는 지난 2월엔 해양수산부 선정 ‘예비 오션스타’ 기업에 들어갔다. 사업성이 높아 향후 매출 1000억원대가 기대되는 스타트업을 모은 명단이다. 김 대표는 “해운·조선 분야는 막대한 산업 규모에 비해 디지털화가 덜 된 편”이라며 “IT로 한국이 해운·조선 분야 우위를 계속 이어가도록 돕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