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주장한 '역선택 방지룰'…이준석 독주 못막아

입력 2021-06-09 17:31   수정 2021-06-10 01:08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이준석 후보가 여권 지지자를 뺀 국민의힘 지지층 등에서 더 높은 득표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진 당권주자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던 ‘역선택 방지룰’이 오히려 이 후보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9일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한길리서치가 지난 5∼7일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은 48.2%를 기록해 2위인 나경원 후보(16.9%)를 31.3%포인트 앞섰다. 주호영 후보 7.1%, 홍문표 후보 3.1%, 조경태 후보 2.3% 등 순이었다. ‘잘 모름’·무응답은 22.4%였다.

응답 대상을 여권 지지자를 제외한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 602명으로 한정하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50.9%까지 올라갔다. 전체 대상 여론조사보다 2.7%포인트 높은 수치다. 나 후보도 지지층과 무당층 득표율(19.7%)이 더 높게 나와 두 후보의 차이(31.2%)는 전체 대상 여론조사와 비슷한 격차를 보였다.

다만 역선택으로 인해 일반 대상 여론조사가 이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역선택은 여론조사 때 다른 정당 지지자들이 참여해 의도적으로 결과를 왜곡시키는 것을 뜻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전당대회 경선 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 때 ‘역선택 방지’ 문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지역 당원 지지 기반이 두터운 중진 그룹에선 “역선택 방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후보 등 신예 그룹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역선택 방지룰이 이 후보 측 지지층을 결집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역선택이 여론조사 및 투표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 사례는 찾기 힘들다”며 “오히려 역선택 방지룰 도입이 이 후보에게 불리한 조항이라는 판단에 이 후보 지지층이 결집하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대표 여론조사 1, 2위에 오른 이 후보와 나 후보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설전 수위를 더욱 높였다. 나 후보는 이날 SNS에 “문재인 정권이나 민주당과 맞설 때보다 더 모질게 보수를 공격하고, 언론의 일시적 호응을 얻어 인지도를 쌓는 것과 결별해야 한다”며 이 후보를 저격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제발 전당대회 과정이 끝나면 이성을 되찾으셨으면 한다”며 “계파논쟁, 말꼬리 잡기, 윤석열 구애, 삼각연대 음모론, ‘망상은 장애인 비하’ 이거 모두 본인(나 후보)이 시작하신 진흙탕”이라고 글을 썼다.

지난 7~8일 모바일 투표와 이날 모바일 미참여자 대상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를 합산한 결과 투표율이 42.4%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다. 이 후보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 수가 많아졌다”고 진단한 반면 나 후보는 “변화보다는 대선의 중요성이 높다고 생각한 당원들의 우려가 투표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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