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일자리·여성 임시직 뿐…"민간 일자리 없다"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1-06-10 10:21   수정 2021-06-10 16:26


최근 고용 통계를 두고 정부가 일자리 사정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장년층 공공일자리와 여성 임시직이 고용 개선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일자리 상황에 대해 냉정한 진단을 내리고 재정 및 단기 일자리 창출 기조를 바꾸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한경닷컴이 통계청이 공표하는 월간 고용 통계의 세부 지표를 분석한 결과, 45세 이상과 여성 임시직에서 고용 개선이 집중되면서 전체 고용률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전체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1.0%포인트 상승한 61.2%를 기록했다. 연령대별 및 성별로 모두 지표가 개선됐고, 업종별로는 전체 21개 산업 가운데 도소매업·농림어업 등 7개를 제외한 14개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모두 늘었다. 전체 비경제활동인구도 전년 동월 대비 1.2% 줄었다. 이를 놓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일자리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내용 측면에서도 개선이 지속되는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의 말처럼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만 언뜻 보면 실제 고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료에 나오지 않지만 통계청이 국가통계포털(KOSIS)를 통해 올려놓는 세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젊은 층 보다 중장년층 고용 회복세↑
남성 보다는 여성 일자리 회복세↑


연령대별 및 성별로 고용률을 분석해본 결과, 이번 고용 통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젊은 층 보다 45세 이상에서 고용 회복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고용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계층은 20~24세로 고용률이 전년 동월 대비 2.5%포인트 늘어났다. 이 연령층은 단기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집중된 계층이다.

실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25~29세나 30~34세는 각각 0.4%포인트, 0.8%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35~39세도 0.4%포인트 증가에 그쳤고, 40~44세 고용률은 0.2%포인트 증가해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젊은 층과 대조적으로 45~49세 1%포인트, 50~59세 1.7%포인트, 55~59세 0.8%포인트, 60세 이상 1.4%포인트 등 중장년층은 고용률이 더 개선됐다. 이는 정부의 재정 일자리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번째 특징은 남성에 비해 여성 고용률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20~24세에서 여성 고용 증가율은 3.1%포인트로 남성 1.9%포인트에 비해 높았다. 25~29세와 30~34세에서도 여성 고용률은 각각 1.1%포인트, 2.3%포인트 증가한 반면 남성은 오히려 각각 0.2%포인트, 0.5%포인트 하락했다. 40~44세에서는 여성 0.3%포인트였으나 남성은 전년 5월과 고용률이 같아 변화가 없었다.

이밖에 45~49세(여성 1.8%포인트, 남성 0.4%포인트), 50~54세(여성 2.5%포인트, 남성 0.8%포인트), 55~59세(여성 0.8%포인트, 남성 0.7%포인트), 60세 이상(여성 1.4%포인트, 남성 1.2%포인트)에서도 여성 고용 증가율이 남성 보다 높았다. 남성 고용률이 여성 보다 높은 경우는 35~39세(여성 -0.6%포인트, 남성 1.2%포인트)가 유일했다.

대부분 산업별 취업자 수도 여성이 대체로 남성 보다 늘어난 편이었다. 남성 중심적인 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체 21개 산업 중 제조업(여성 3.4%포인트, 남성 -0.7%포인트),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여성 7.7%포인트, 남성 -10.2%포인트), 수도·하수 및 폐기물 처리·원료 재생업(여성 31.8%포인트, 남성 9.4%포인트), 정보통신업 (여성 16.8%포인트, 남성 -1.8%포인트), 금융·보험업(여성 6.8%포인트, 남성 -1.1%포인트), 부동산업(여성 6.7%포인트, 남성 -1.1%포인트),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여성 7.4%포인트, 남성 3.8%포인트) 등 14개 산업에서 여성 고용률 증가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재정 일자리·여성 임시직 증가 영향
"비정규직·단기 일자리 기조에서 벗어나야"


이 같은 현상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는 설명이다. 첫째는 지난해 여성의 고용 타격이 남성보다 컸던 데 따른 기저 효과다. 두번째는 여성들이 취업한 대부분이 임시직이라는 점이다. 취업시간별로 취업자 수 증가율을 따져보니 35시간 미만 여성 고용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5월 1~17시간 일자리에 취업한 여성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0% 늘어났다. 남성은 10.4% 증가했다. 18~35시간 취업자 수도 여성은 7.7% 증가했고 남성은 4.6% 감소했다.

통상 안정적인 일자리로 여겨지는 36시간 이상 일자리 중 36~52시간 취업자 수가 남성과 여성이 각각 4.1%, 4.7% 증가해 엇비슷했지만 53시간 이상 일자리에서는 여성은 1.6% 감소한 반면 남성은 2.2%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부가 전체 수치만 보고 일자리 상황이 나아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회복은 아직도 재정일자리 중심이고 민간시장에 좋은 일자리가 충분하지 못한 상태다"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일자리 정책을 단기·비정규직 중심 정책에서 민간 영역의 장기 산업 정책 및 4차 산업 인력 양성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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