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산업노조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5명과 금융공공기관 청년일자리 창출 방안을 주제로 정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수출입·산업은행 노조는 국책은행 전체 직원(올 3월 기준 1만3765명)의 10% 안팎인 임금피크제 직원이 희망퇴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현실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부터 직원의 임금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제도다. 현재 은행권은 만 55~57세부터 정년 60세까지 3~5년 간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은 고임금 인력의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피크제에 들어가기 전에 퇴직하는 은퇴자들에게 희망퇴직금을 주고 내보낸다.
국책은행은 이런 희망퇴직 제도 활용이 사실상 전무하다. 7년째 조기 퇴직한 직원이 0명이다. 24~39개월치 임금과 각종 보상을 얹어주는 시중은행과 달리 국책은행은 다른 금융 공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희망퇴직금을 운영하고 있어 민간 은행에 비해 퇴직을 선택할 유인이 낮기 때문이다. 국책은행은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임금피크제 이후 월 임금의 45%만, 정년까지 남은 근무 기간의 절반에 대해서만 지급할 수 있다.
이는 인사 적체와 신규 채용 축소로 이어진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2016년 194명이었던 국책은행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내년 1685명으로 9배가량 늘어난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임금피크제 직원에게 적당한 직무도 없어 은행 입장에서는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크고 현장 직원들은 굉장히 큰 업무 강도에 처해진다"며 "임금피크제 직원도 3년 동안 '뒷방늙은이' 취급을 받다가 모든 삶의 의욕을 털리고 정년을 맞이하는 것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희망퇴직이 경영 비용 절감과 신규 채용 확대에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라고 강조한다. 기업은행의 경우 직원 1명이 임금피크제에 들어갔을 때 급여·성과금 등 운용비용이 3억4100만원에 이르는 반면, 희망퇴직금을 주고 내보내는 비용은 2억6300만원(월 임금의 100% 지급시)으로 1명당 780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자체 조사 결과도 나왔다. 갈수록 늘어나는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고려하면 5년 간 1000억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절감한 비용은 신규 채용 확대에 쓸 수 있다. 신현호 수은 노조위원장은 "수은의 경우 고임금 임금피크제 대상자 한 명이 희망퇴직함으로써 절감한 인건비로 초임이 낮은 청년 신입직원 1.3~1.4명 정도를 추가 채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책은행은 인건비를 정부 예산이 아니라 자체 영업수익으로 운용한다"며 "당장 내일이라도 희망퇴직 제도가 현실화한다면 은행이 쌓아둔 퇴직급여충당금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할 수 있지만 경직적인 정부 지침 때문에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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