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에너지 도입 초기엔 늘 논란이 있었다. 1980년대 중반 국내에선 전혀 사용하지 않던 천연가스가 해외에서 도입될 때도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더구나 수소는 천연가스를 쓰기 시작했던 1980년대와 비교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수소가 다른 에너지를 대체하려면 청정하고, 경제적으로 생산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며,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수소는 청정한가? 수소는 산소와 반응하든지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고 나면 부산물로 물만 나온다.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이나 지구온난화로 문제가 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다. 그런데 수소는 단독으로 거의 존재하지 않고, 탄소나 질소 등 다른 원소와 결합한 화합물로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 해법은 없는가? 수소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환경오염물질을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별도로 처분할 수 있다면 청정한 수소를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로 물을 분해(수전해)해 수소를 오염 없이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깨끗해도 생산 원가가 너무 비싸다면 일상적인 에너지로 사용할 때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 CCS나 수전해 기술이 발달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같은 오염물질의 배출에 부가될 비용이 적절히 올라간다면 머지않아 수소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수소도 에너지로 이용되려면 ‘대량 생산, 대량 소비’가 불가피하다. 제러미 리프킨은 수소가 우주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고루 분포돼 있으며 고갈 위험도 없으므로 가장 민주적인 에너지라고 한다. 하지만 청정한 수소를 경제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값싼 곳에서 생산해 대량 소비지로 이송하는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국제 사회는 앞으로 10년 정도 후에는 수소가 파이프라인이나 특수 선박을 이용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상품으로 거래될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우리가 수소를 자동차에 사용함에도 많은 사람이 수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수소는 같은 용량으로 비교할 때 천연가스에 비해 두 배 이상 강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지만 가장 가벼운 물질이다. 에너지로 활용될 정도로 충분한 에너지 밀도를 갖추려면 압축하거나 액화해야 저장이 가능하다. 현재 이런 고압의 수소나 액화된 가스는 안전하게 특수 용기에 보관하고 안전 규정에 따라 취급되고 있다. 수소 이용에 보편화된 연료전지 시스템은 수소가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화학반응에 의해 생산된 전기 및 열을 사용하는 것으로,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그럼에도 수소는 여전히 낯설다. 우리 법체계에서 수소가 석유나 석탄처럼 ‘에너지원’으로 정의돼 있지도 않다.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기술이 신에너지로 분류돼 있을 뿐이다. 그러나 수소가 자동차에서 철도, 선박이나 드론 등 다양한 분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가스처럼 태워져 전기를 만들거나 호주 등 다른 나라처럼 도시가스에 혼합되기 시작한다면 에너지원으로 분류돼 수급이나 가격 안정을 위한 새로운 규제의 틀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 기후대응을 위해 수소가 필수적인 역할을 확대하면 청정하게 생산된 수소를 특별하게 취급할 ‘청정수소 인증제도’와 인센티브 도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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