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 훼손되고 군사정권 시절 각종 고문으로 얼룩졌던 남산 예장자락이 ‘남산 예장공원’(사진)으로 새롭게 개장했다.
서울시는 남산의 자연경관을 가렸던 옛 중앙정보부 6국(서울시청 남산별관) 건물과 TBS교통방송 건물을 철거하고 남산 예장공원으로 조성했다고 9일 발표했다. 남산 예장공원은 1만3036㎡ 규모의 녹지공원이다. 서울광장의 두 배 규모다.
이곳에 지상 녹지공원과 명동~남산을 보행으로 연결하는 진입광장, 이회영기념관 등을 마련했다. 남산의 고유 수종인 소나무 군락을 비롯해 18종의 교목 1642그루, 사철나무 등 32종의 관목 6만2033그루 등 다양한 나무를 심기도 했다. 공원 하부 지하에는 친환경 녹색순환버스가 정차하는 환승센터와 관광버스 주차장을 갖췄다.
시 관계자는 “2009년 시작한 ‘남산 르네상스’ 사업이 12년 만에 결실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시 재임하면서 남산의 생태환경과 전통 역사문화유산을 복원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남산 르네상스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과거 남산 예장자락에 조선시대 군인들의 무예훈련장과 녹천정(정자), 주자소(활자 주조 담당 관청) 등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 통감부와 통감관저가 설치되고 일본인 거주지가 조성되면서 급격하게 훼손됐다. 1961년 이후에는 중앙정보부 건물이 들어서면서 각종 고문과 탄압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중앙정보부 6국이 있던 자리에 ‘기억6’ 공간을 조성해 과거 고문의 역사를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남산 예장공원 조성 과정에서 발굴된 조선총독부 관사 터의 기초 일부분도 그대로 보존했다. 시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관광명소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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