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수요 유입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기가 사업 초기 단계로 크게 앞당겨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제안한 것을 국토교통부가 받아들였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9일 주택시장 안정 및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협력 방안을 마련했다. 양 기관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양질의 주택 공급 확충이라는 공동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긴밀히 협조하기로 했다.
우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앞당기기로 했다. 현행법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의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시점을 ‘조합 설립 이후’로 정하고 있다.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한 1가구 1주택자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를 허용한다. 재개발 사업은 ‘관리처분인가 이후’로 제한하고 있다.
양 기관은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이후’에서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재개발은 ‘관리처분 인가 이후’에서 ‘정비구역 지정 이후’로 각각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정확한 기준일은 서울시가 조합별 상황을 감안해 지정하기로 했다. 즉 안전진단을 통과한 다음에는 재건축 아파트를 새로 매입하더라도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조합원 자격을 얻지 못하게 된다. 사실상 재건축 아파트의 매매가 막히는 셈이다. 재개발 역시 정비구역 지정 이후 매수는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현금청산된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2차 공모 및 서울시 재개발 활성화 방안에 따른 민간 재개발 공모 전까지 법 개정 완료를 목표로 하기로 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와 즉시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양 기관은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주택시장 안정세를 면밀히 고려해 추가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안전진단 완화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국토부가 다소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사실상 주택시장 안정을 전제로 단 것이어서 당장 완화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양 기관은 또 ‘2·4 공급 대책’의 사업 실행을 뒷받침하는 후속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입지 특성과 주민 의사에 따라 공공 주도 모델과 민간 주도 모델을 조화롭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이미 발표한 용산 캠프킴 개발 사업 등도 서울시와 협의 등을 거쳐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기전세주택 및 상생주택 공급 활성화에도 함께 나선다. 우선 서울시가 중점 추진 중인 장기전세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타 공공임대 지원 수준,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주택기금 지원 방안을 마련한 뒤 관계부처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서울시가 새롭게 도입할 예정인 상생주택도 토지주들의 참여 유인 방안을 함께 마련해 관계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다. 상생주택은 도심 내 유휴 민간토지를 서울시 등이 빌려 공공임대 주택을 건설한 뒤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하는 민간토지 임차형 주택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국토부와 서울시가 빈틈 없는 협력체계를 구축하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면서 수요자가 원하는 우수한 입지에 빠른 속도로 주택 공급을 실현할 수 있다”며 “오늘 자리가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공공성을 우선시해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점은 정부와 방향이 같다”면서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앞서 시장 안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도 “적정한 주택 공급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공공 주도 개발과 민간 개발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공 재개발, 공공 주도 공급 대책 등도 결국에는 (정부와 서울시가) 함께 잘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이유정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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