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탄소 감축, 산업계와 적극 협의…친환경 전환 전폭 지원하겠다"

입력 2021-06-09 17:55   수정 2021-06-17 15:24

“탄소중립은 역사적, 산업적 전환점입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9일 열린 제189차 한경 밀레니엄포럼 웹세미나에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협력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탄소중립 달성에 속도를 내는 정부의 움직임이 산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면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나서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탄소중립 총론에 대한 반대는 거의 없다. 하지만 기업들은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 정부는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매칭 펀드 형식으로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R&D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환경친화적 설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국가 재정으로 설비투자 비용에 대한 매칭펀드를 조성해야 한다.

▷한 장관=기업은 경제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재정 지원과는 별도로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녹색금융’이 중요하다. 산업은행을 통해 연간 5조원의 초저금리 자금을 마련해 10년간 온실가스 다량 배출 사업장에 대한 녹색전환 투자를 지원할 것이다. 총 50조원 규모다. 설비투자에 대한 매칭펀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과 함께 검토하겠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탄소중립을 실천하려면 석유산업과 가스산업 축소가 불가피하다. 예를 들어 전기차·수소차가 계획대로 확대되면 전국 주요소 1만1000개는 문을 닫을 수 있다. 탄소중립 사회로 원활하게 전환되기 위해선 온실가스 감축 규제뿐 아니라 (민간이) 새 서비스와 기술 발전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

▷한 장관=이산화탄소를 과다하게 배출하는 연료와 원료를 전환해야 하지만 산업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정유업계는 기존 주유 설비가 아니라 전기 충전소나 수소 충전 설비를 갖추는 과정에서 수지타산이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정부 차원에선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정책을 펴겠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탄소중립 실천 과정 속에서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란 점이 고려돼야 한다. 철강, 화학 등 기존에 탄소를 많이 배출하던 산업이 우선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 지원 우선순위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계가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정책의 촉진자가 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신산업을 발굴하기보다는 주력 산업의 전환을 돕는 게 더 ‘공정한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한 장관=기존 주력 산업의 전환을 잘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석유, 철강, 시멘트 등 탄소배출권 거래제 대상이 되는 업종의 공정한 전환이 중요하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과학기술로 백업(뒷받침)하지 못하면 실현될 수 없다. 선언적 캠페인이 아니라 객관성과 전문성 확보가 관건이다. 또 부처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유기적 협력이 되지 않으면 중복투자는 물론 지원이 필요한 곳이 지원받지 못하는 구멍도 많이 생길 것이다.

▷한 장관=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은 전 부처와 전 국민, 전 산업계가 다 같이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정용훈 KAIST 교수=녹색분류 체계에 원자력을 포함하는 방안을 건의한다. 미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원전을 활용하겠다고 명시했다. 유럽연합(EU)에선 원자력이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인체 및 환경에 큰 피해를 촉발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공동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도) 원자력을 빼면 2050 탄소중립이 가능한 것인지 실질적 고민이 필요하다.

▷한 장관=에너지 부문이 가장 중요하다. 산업계가 결국 전원(電源)으로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원자력은 EU 내에서도 사용에 대한 합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오스트리아는 2030년까지 원자력을 쓰지 않고 100% 친환경 녹색 에너지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매일 같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단어가 언급되고 있다. ESG 평가 중 환경과 관련된 기준이 산업 특수성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부 주도로 획일적으로 만들어지면 기업으로서는 또 다른 규제가 된다. ESG 평가를 할 때 행정 편의주의와 일방주의가 없도록 해야 한다.

정의진/김소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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