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투명 예술 작품'이 1만5000유로(한화 약 2000만원)에 팔려 화제다.
예술 전문지 아트넷(Artnet)에 따르면 지난 달 예술가 살바토레 가라우(67)는 '로소노'(loso no)라는 제목의 예술작품을 판매했다. 이 예술품은 실존하지 않는다.
로소노는 지난 5월 이탈리아 경매회사 아트라이트(Art-Rite)에 경매 매물로 올라왔다. 당초 6000에서 9000유로 사이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실제 입찰에서는 1만5000유로에 낙찰됐다.
구매자는 진품 증명서와 안내서를 받았다. 안내서에는 가로 5피트, 세로 5피트 정도의 공간에 있는 개인 주택에 전시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가라우는 이 작품이 무의미함으로써 형태가 있다고 설명한다. 스페인 매체인 디아리오 AS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공백은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가 그것을 비우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해도 하이젠베르크 불확실성 원칙에 따라 무(無)도 무게가 있다"며 "그러므로 그 또한 분자로 응축되고 변형된 에너지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본 적이 없는 신도 형상화하지 않나"고 덧붙였다.
가라우가 로소노와 같은 작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올해 2월 밀라노에 있는 델라 스칼라 피아자(Piazza Della Scala)에서 '명상 중인 부처'(BUDDHA IN CONTEMPLATION)라는 작품을 전시한 바 있다. 이 작품은 산책로 위에 네모 모양으로 테이프를 붙여놓은 것이 전부다.
그는 또 뉴욕 증권 거래소 앞에 '아프로디테 눈물'(Afrodite Cries)라는 제목의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문화 연구소의 지원금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명상 중인 부처'와 유사하게 원형 모양으로 테이프가 바닥에 붙어있을 뿐이었다.
가라우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 공기와 영혼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며 "이 작품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는 가지고 있지 않다고 믿는 상상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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