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는 임신도 축복이다"고 발언했던 KBS 강승화 아나운서가 결국 사과했다.
강 아나운서는 9일 오전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2TV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에서 본격적인 방송에 앞서 "어제 '이인철의 모의법정'에서 있었던 발언과 관련해 드릴 말씀이 있다"면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강 아나운서는 "모의법정에서 남편 측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진 아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진행자로서 정제되지 않은 과도한 발언을 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방송된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의 '이인철의 모의법정'에서 아이 없는 '딩크족'으로 살기로 합의했던 남편이 "정관 수술을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원치 않은 임신을 했다는 아내의 사연이 공개됐다.
아내는 결혼 전부터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에 동의하며 10년 동안 만족스러운 결혼 생활을 해왔다고. 하지만 남편이 정관 수술을 하지 않아 임신이 된 것에 대해 "성폭행"이라며 "10년 동안 나한테 사기 친 거고 난 사기 결혼 당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강 아나운서는 아내에 대해 "저는 좀 그렇다"면서 "(임신은) 축하할 일이지, 이혼까지 할 일인가"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요즘 아이를 가지지 못해 힘든 부부들이 많은데, 축복인 상황을 갖고 이혼을 하니 마니 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강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을 하고 있는 김진희 아나운서는 "임신은 축하할 일이지만 부부가 딩크에 합의를 한 것 아니냐"고 아내의 입장을 변호했다. 그러면서 "아내분은 남편이 10년간 정관수술을 한 줄 알았는데,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해 당황하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인철 변호사는 "남편이 정관수술을 했다고 거짓말한 것과 주의의무위반과실, 두 가지를 잘못했다"며 "정관수술을 안 했다면 세심하게 조심을 해야 하는데, 임신을 시켰다는 것은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부부사이에는 신뢰가 중요한데 남편의 거짓말로 신뢰가 깨졌다"며 "아내가 만약 이혼 소송을 하면 이혼도 가능하고 이론상 위자료도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그런데도 강 아나운서는 계속해서 "아이는 축복"이라며 "이왕 생긴 아이니 잘 키우는 게 현명한 방법 아니겠냐"고 말했다.
방송 이후 "원치 않는 임신으로 피해자가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면서 강 아나운서의 발언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반응이 나왔다.
KBS 시청자 권익센터에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자에게 축복이라는 말을 한 아나운서. 공영방송사인 KBS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라며 강 아나운서 하차를 요구하는 청원이 게제되기도 했다.
해당 글은 하루도 안 돼 5000명 가까이 동의했다. KBS 시청자 권익센터의 청원 글은 한 달 안에 1000명 이상 동의하면 부서의 책임자가 직접 답변을 해야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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